궁금한 일 - 장석남

 

인쇄한 박수근 화백 그림을 하나 사다가 걸어놓고는 물끄러미 그걸 치어다 보면서 나는 그 그림의 제목을 여러 가지로 바꾸어보곤 하는데 원래 제목인 [강변]도 좋지만은 [할머니]라든가 [손주]라는 제목을 붙여보아도 가슴이 알알한 것이 여간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러다가는 나도 모르게 한 가지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가 술을 드시러 저녁 무렵 외출할 때에는 마당에 널린 빨래를 걷어다 개어놓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 빨래를 개는 손이 참 커다랐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장엄하기까지 한 것이어서 聖者의 그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는 멋쟁이이긴 멋쟁이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또한 참으로 궁금한 것은 그 커다란 손등 위에서 같이 꼼지락거렸을 햇빛들이며는 그가 죽은 후에 그를 쫓아갔는가 아니면 이승에 아직 남아서 어느 그러한, 장엄한 손길위에 다시 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가 마른 빨래를 개며 들었을지 모르는 뻐꾹새 소리 같은 것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궁금한 일들은 그러한 궁금한 일들입니다. 그가 가지고 갔을 가난이며 그리움 같은 것은 다 무엇이 되어 오는 지…… 저녁이 되어 오는지…… 가을이 되어 오는지……궁금한 일들은 다 슬픈 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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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처음 시를 읽고 싶어질 때는 어쩌면 "이상하다...."라는 인식에서 출발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다.

우리의 일상언어로는 풀 수 없는 삶의 낯선 얼굴이 코앞에 와락 닥쳐 얼굴을 들이밀었을 때..

이상하다...

고통을 당할 때 가장 먼저 드는 감정, 그것도

이상하다... 였다.

고통의 원인을 분명히 안다면 우리는 훨씬 견디기 쉽다.

풀 수 없는 생의 수수께끼 앞에서 당혹할 때

일상언어로는 표촉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에 출렁일 때

예를 들면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도

이상하다..

 

어쩌면 그것이 궁금한 일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 낯선 얼굴 앞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행복감 보다는 늘 슬픔이었기에

사랑의 감정도 끝내는...

 

 

Journal Therapy | 2020.03.05 18:53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김춘수의 분수를 정말 오랜만에 읽다가...... 그의 왜 왜... 라는 그 질문 앞에서 갑자기 또 다른 시가 생각났다. 왜일까?

김춘수의 왜?는 질문이나 궁금증이라기보다는 절망스런 토로였을 뿐.........그런데 궁금하다며 말을 바꾼 장석남의 시는 그런 절망스런 외침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시도 결국 그 물음들은 슬픔을 데리고 온다는 결론에 다다르기에 그런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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