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손을 보면> (천양희, 1942~)

 

  구두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창문 끝을 보면
  비누 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청소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길 끝을 보면
  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
  깨끗한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마음 끝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
  보이는 것만이 빛은 아니다
  닦는 것은 빛을 내는 일

  성자가 된 청소부는
  청소를 하면서도 성자이며
  성자이면서도 청소를 한다.

 

   -[마음의 수수밭] (창작과 비평사,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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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손을 보면..... 이라는 제목이 내 손을 보게 한다.
나는 손이 굵고 유난히 크다. 다행이 우리 딸은 곱고 길고 하얀 가는 손을 가져서 휴우~ 했다.
별로 신경 안 쓰고 살았는데 악수를 할 때마다 남자들 손이 나보다 작고 가늘고 고울 때가 있어서 상대가 뜻밖이라는 듯 내 얼굴 다시 쳐다보고 손을 보고 무언가 말하려는 듯 오물거리다 마는 걸 자주 겪으면서 내 손이 참 크고 남자처럼 뼈가 굵고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악수를 하면 늘 손 끝만 얼른 내밀고 빨리 뺀다......
고구마 장수 손 같다는 말도 들었고 그래서 호감이 갔다는 말도 들었지만 별로 믿기지 않는 인사였다.

그 사람을 믿지 못한지 오래이기에..흐흐.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내 발에 대해서 썼던 글이 생각이 난다.......

나보고 그랬지. 엄마의 손과 발을 보면 사람들이 모르는 엄마의 인생이 보여라고.

우리 딸은 나의 어떤 인생을 읽었을까?

쓸데 없이 내 못난 손에 마음길을 주지만

내 못난 손과 그 손이 닿은 곳의 끝을 보면 빛이 날까?

무엇을 닦았을까?

 

마음 닦는 사람... 그가 닦은 마음 끝은 무엇일까?

마음의 끝이 언제나 보일까?

빛을 내는 일은 끝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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