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꽃 - 이형기

 

앉은뱅이꽃이 피었다

작년 피었던 그 자리에

또 피었다

 

진한 보랏빛

그러나 주위의 푸르름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는 풀꽃

 

이름은 왜 하필 앉은뱅이냐

그렇게 물어도 아무 말 않고

작게 웅크린 앉은뱅이꽃

 

사나흘 지나면 져버릴 것이다

그래그래 지고말고

덧없는 소멸

그것이 꿈이다

꿈이란 꿈 다 꾸어버리고

이제는 없는 그 꿈

작년 그대로 또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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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뱅이꿈 - 이제는 없는 그 꿈 작년 그대로 또 피었다>

 

낮게 핀 작은 꽃을 바라보며 이 시가 전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주위가 온통 젊고 활기찬 푸르른 청춘인 곳에 "하필" 앉은뱅이라 불리는 자신의 존재를  그저 꾹꾹 받아들이고

묵묵한 성실함으로  늘 같은 자리에 다시 돌아오는, 그렇게 피어있는 그 삶의 성실함, 인내를 바라보는 감동이겠다.

 

하지만 어쩌면 그건 멀리서 바라보는 시선일 뿐일지 모른다. 

내가 이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꽃을 바라보며 

다 꾸고 남아있지도 않은 꿈, 덧없는 소멸, 이제는 없는 그 꿈이

여전히 다시 피어난 것을 바라보는 이 시의 눈길이다. 

그 꽃에서 앉은뱅이꿈을 바라보는 마음--바로 "작년 그대로 또 피었다"는 마지막 말이다. 

"작년 그대로....."  달라진 것도 없이, 이룬 것도 없이, 그럼에도 또 반복되는 남아있지도 않는 꿈,

스스로 맘대로 움직일 수 없는 뛸 수도 없는 "앉은뱅이 꿈"--

그건 꿈, 목표, 의미, 성취 등등 무엇이든 내 삶의 길이 명료하길 바라는 마음으로는 이해할수 없는,

그러나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 바로 ‘그리움’일지 모른다.

진한 보랏빛을 높이 들지도 못하고 땅을 향해 고개 숙인 할미꽃이 전하는 삶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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