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무 - 이상국

  나무는 몸이 아팠다
  눈보라에 상처를 입은 곳이나
  빗방울들에게 얻어맞았던 곳들이
  오래 전부터 근지러웠다
  땅속 깊은 곳을 오르내리며
  겨우내 몸을 덥힌 물이
  이제는 갑갑하다고
  한사코 나가고 싶어 하거나
  살을 에는 바람과 외로움을 견디며
  봄이 오면 정말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했던 말들이 
  그를 못 견디게 들볶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의 헌데 자리가 아플 때마다
  그는 하나씩 이파리를 피웠다.

 출처: 이상국,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창비, 2005)

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 | 2022.04.16 06:26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봄이 오면 정말 좋은 일들이 있을 거라고
스스로 격려하고 위로했던 말들에 오히려 들볶였다 한다.
그것이 마음을 헐게 하였지만 그때마다 그 헌자리에서 돋아나는 새로운 이파리를 보았다고 한다.
참 오랜 후에야 새로운 이파리가 돋았을 것이다.
내가 그것을 피웠는지, 상처가 피웠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안다.
봄이 오면 정말 좋은 일은 어쩌면 바로 그 헌데 마다 새로운 이파리가 돋는다는 것이라고.
그 이파리가 내가 스스로에게 말했던 봄이 오면 찾아 올 "좋은 일"인지 알 수 없지만, 그리고
내가 그것을 피웠는지, 상처가 피웠는지 알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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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 2022.04.16 06:55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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