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물 - 나희덕>

  나무들이 공중 가득 펼쳐놓은 그물에
  물고기 한 마리
  잠시 팔닥거리다 날아간다

  나무 그물은 상하는 법이 없어
  물고기 날아오른다
  비늘 하나 떨어뜨리지 않고

  열렸다 닫히는 그늘 아래로
  거꾸로 걸어가는 사람들

  누군가 물을 건너가는지
  흰 징검돌 몇 개 보였다 안보였다 하고
  그물 위로 흘러가는 물결 속에는

  저렇게도 많구나
  나무들이 잡았다 놓아준 물고기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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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비온 후 공원 길을 산책할 때면  공원 길에 물이 크게 고인 곳, 그 작은 못에 그림처럼 담긴 나무와 새와 지나는 사람들을 한참 바라보곤 했었다. 


이 시는
물(연못 혹은 호수.. 그 무엇이든) 에 비친 나무들을 그물로,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에 비친 하늘을 나는 새는 날아가는 물고기로 바라본 놀라운 시선이다.

물속에 비친 사람들이 거꾸로 걸어가듯 …시선을 뒤집어 바라보는 동화 같은 세상이
이렇게 온유하고 해함이 없이 공존하며 평화롭다니.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고 담을 수 있는 시인의 눈이 그리고 그 마음이 바로 ‘호수’라는 생각이 든다. 

시의 제목인 "어떤 그물"은 바로 시인의 눈, 시인의 시선이 아닐까? 


문득 샤갈의 그림들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