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 修羅 - 백석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 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 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1936년 시집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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