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아주 오래 전 천상병 시인의 <약속>이라는 시를 읽고 끄적끄적 일기장에 그림을 그렸었다.

가로등과 기다림ㅡ
약속.... 누구와의 약속이든 그건 어쩌면 다만 약속을 기억한 사람, 그걸 잊지 않는 사람의 슬픈 풍경 같은 기다림인지 모른다.

...

그림을 보니 내가 인적이 없어 굳이 서 있을 필요도 없는, 길을 밝혀줄 필요도 없는 가로등을 그린 것이다.
게다가 전구가 없는 가로등을!

오늘 밤엔 저 가로등에 전구를 끼워줘야겠다.
보이지 않는 길 잃은 한 영혼이 어떤 외딴 길 끝에서 이 작은 빛을 보고 안도하며 길을 찾을 수 있게..
집을 찾을 수 있게..

 

 

by bhlee

 

[천상병 -약속]

 

한 그루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은 가도가도 황토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120516
| 2007.03.10 17:3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약속 | 2007.10.01 09: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약속. 그건 뭘까. 나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적이 수없이 많다. 상대가 일방적으로 정한 경우에 특히 그렇다. 하지만 못지키는 경우 반드시 미리 이야기를 한다. 물론 내가 까막히 잊은, 잊은지 조차 잊은 약속도 있겠지 싶다. 그가 한 약속은 무슨 의미일까. 늘 기다린다. 언제까지, 라는 말을 믿고. 하지만 맘이 바뀌거나 그러기 싫으면 언제나 달라질 수 있는 그 약속들. 그의 약속은 그 약속을 하는 순간 그냥 그러겠다는 의견일 뿐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빈 길에서 늘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어느 새 10월이다. 나는 아직 빈 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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