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
                 2021. 6. 4. 07:01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피었던 꽃이 어느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 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 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 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 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