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모래 - 이형기
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
2022. 6. 1. 12:16
모래- 이형기
모래는 작지만 모두가 고집 센 한 알이다.
그러나 한 알만의 모래는 없다.
한 알 한 알이 무수하게 모여서 모래다.
오죽이나 외로워 그랬을까 하고 보면
웬걸 모여서는 서로가
모른 체 등을 돌리고 있는 모래
모래를 서로 손잡게 하려고
신이 모래밭에 하루 종일 봄비를 뿌린다.
하지만 뿌리면 뿌리는 그대로
모래 밑으로 모조리 새 나가 버리는 봄비
자비로운 신은 또 민들레 꽃씨를
모래밭에 한 옴큼 날려 보낸다.
싹트는 법이 없다.
더 이상은 손을 쓸 도리가 없군
구제 불능이야
신은 드디어 포기를 결정한다.
신의 눈 밖에 난 영원한 갈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