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천장호에서 - 나희덕
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
2023. 2. 13. 01:10
천장호에서 -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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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아무것도 비추지 못하는 얼어붙은 호수.
한때 깊은 가슴에 품었던 빛도, 그림자도 상실한 채
꽁꽁 언 마음
깨뜨려볼 수 있을까 돌멩이를 던져본다.
자꾸자꾸 네 이름을 불러본다.
작은 돌맹이 하나에도,
아주 작은 부름 하나에도
부서지듯 포말선을 그리던 그 섬세하던 네 마음
이제는 노래마저 떠나버린
네 굳어버린 차디찬 마음에
쩡쩡 부딪쳐 되돌아오는
그래도 불러보는 네 이름
너라고 외롭게 얼어버리고 싶었을까
제 스스로 얼어붙는 마음이 있을까
얼마나 대답하고 싶을까
봄은 반드시 올 거야
지치지 않는다면
나도,
그리고 너도
(너는 누구일까..
네 이름은 누구일까... 생각해 본다.
봄은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