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흔들린다 - 함민복
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
2025. 2. 25. 15:06
흔들린다 - 함민복
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대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은려고
가지 뻗고 이파리
띄우는 일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