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정념의 기 - 김남조
                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
                 2024. 3. 21. 03:25
              
                          
            정념의 기 - 김남조  (1927. 9. 2-2023. 10. 10)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 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悲哀)가 
맑게 가라앉은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