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집 - 김용택
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
2025. 1. 22. 01:13
집 - 김용택
외딴집,
외딴집이라고
왼손으로 쓰고
바른손으로 고쳤다
뒤뚱거리면서 가는
가는 어깨를 가뒀다
불 하나 끄고
불 하나 달았다
가물가물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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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비단 혼자 있어서만은 아닐 터인데
거리 한복판에서, 모두 목적지가 있어서인지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는 북적이는 인파속에서,
특히 하루가 저물어 환하게 불밝힌 거리에서,
나만 빛 없는 한 점같이 느껴지는 때가 있다.
어디로 가야하나.
기다리는 얼굴들, 기다리는 따듯한 집이 있어서 사람들은 저리 분주히 걸음을 옮길까 생각할 때가 있다.
나만 그 거리에서 동떨어진 외딴 집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외딴집ㅡ이라고 가슴으로 쓰고
머리로 고친다. 아니, 지웠을까?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 뒤뚱거리면서 가는 사람,
그 사람의 가느다란 어깨를 감싸는 집을 그렸다.
그런데 그 집이 그 사람을 가두었다.
외로운 사람은 차라리 스스로를 가둔다.
더 외롭지 않으려고 숨어버린다.
자신이 만든 외딴 곳에.
외로움의 불 하나 끄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기 위해서 또 다른 불 하나 켠다.
희망의 불일까? 아니면 스스로를 가둔 외딴집에서 나오기 않고 지내려는 체념의 불일까?
가물가물, 밖에선 얼어버린 눈물이 소리없이 대신 내려온다.
누군가 나를 위해서 대신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