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문 열어라 - 허형만
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
2025. 8. 21. 20:01
문 열어라 - 허형만
산 설고 물설고
낯도 선 땅에
아버지 모셔드리고
떠나온 날 밤
문 열어라
잠결에 후다닥 뛰쳐나가
잠긴 문 열어젖히니
찬바람 온몸을 때려
꼬박 뜬눈으로 날을 샌 후
문 열어라
아버지 목소리 들릴 때마다
세상을 향한
눈의 문을 열게 되었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고
그러나 나도 모르게
그 문 다시 닫혀졌는지
어젯밤에도
문 열어라
- [비 잠시 그친 뒤] 문학과지성사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