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저녁무렵- 도종환
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
2019. 10. 30. 13:15
[저녁 무렵- 도종환]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이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