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여름 한때 - 천양희
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
2025. 9. 29. 16:57
여름 한때 -천양희
비 갠 하늘에서 땡볕이 내려온다. 촘촘한 나뭇잎이 화들짝 잠이 깬다.
공터가 물끄러미 길을 엿보는데, 두 살 배기 아기가 뒤뚱뒤뚱 걸어간다
생생한 생(生)! 우주가 저렇게 뭉클하다
고통만이 내 선생이 아니란 걸
깨닫는다. 몸 한쪽이 조금 기우뚱한다
바람이 간혹 숲 속에서 달려나온다. 놀란 새들이 공처럼
튀어오르고, 가파른 언덕이 헐떡거린다.
웬 기(氣)가 ― 저렇게 기막히다
발밑에 밟히는 시름꽃들, 삶이란
원래 기막힌 것이라고 중얼거린다
나는 다시
숨을 쉬며 부푼다. 살아 붐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