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여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
2024. 8. 19. 00:56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 여림
종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근데 손뼉을 칠 만한 이유는 좀체 떠오르지 않았어요. 소포를 부치고, 빈 마음 한 줄 같이 동봉하고 돌아서 뜻모르게 뚝, 떨구어지던 누운물. 저녁 무렵, 지는 해를 붙잡고 가슴 허허다가 끊어버린 손목. 여러 갈래 짓이겨져 쏟던 피 한 줄. 손수건으로 꼭, 꼭 묶어 흐르는 피를 접어 매고 그렇게도 막막히도 바라보던 세상. 그 세상이 너무도 아름다워 나는 울었습니다. 흐르는 피 꽉 움켜쥐며 그대 생각을 했습니다. 홀로라도 넉넉히 아름다운 그대. 지금도 손목의 통증이 채 가시질 않고 한밤의 남도는 또 눈물겨웁고 살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있고 싶습니다. 뒷모습 가득 푸른 그리움 출렁이는 그대 모습이 지금 참으로 넉넉히도 그립습니다. 내게선 늘, 저만치 물러서 저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여, 풀빛 푸른 노래 한 줄 목청에 묻고 나는 그대 생각 하나로 눈물겨웁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