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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bhlee





























뒤돌아보지 마라 -황동규


뒤돌아보지 마라 돌아보지 마라
매달려 있는 것은 그대뿐이 아니다
나무들이 모두 손들고 있다
놓아도 잡고 있는 이 손
목마름,
서편에 잠시 눈구름 환하고
목마름,
12월 어느 짧은 날
서로 보이지 않는
불켜기 전 어둠.

Edward Hopper-Room in Brooklyn(used here fo therapeutic/educational purposes only)




















즐거운편지 -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속을 
헤매일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언제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옆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눈의 물- 황동규

사방이 하얗게 눈 덮인 곳에서
눈 쓰고 있는 나무들의 이름들을 곧잘 잊어버린다.
온통 하얀 세상에선
마음속 요철들이 곧잘 무디어진다.

비탈을 달려 내려온 물을
잠시 멈췄다 가게 하는 물받이 홈을 막은 눈이
무언가 흘릴까 말까 주저하고 있다.
흘릴까 말까 주저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때가 있었다.
언제였지?
묻받이 홈을 막고 있는 눈 같은 것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 전이었지.

마른 풀 몇 줄기가 온몸으로
눈의 내리누르는 힘을 버티고 있다,
한 줄기는 허리가 꺾이고도 버티고 있다.
옆 나무에서 박샌가 곤줄박인가, 새 한 마리 날며
눈가루를 뿌린다.
눈가루가 걷히자
오래 참았다는 듯 홈 끝에서 눈의 물 한 방울이
동그랗게 맺히다가, 크고 동그랗게 맺히다가,
떨어진다.
눈 속에 숨어 있던 파인 구멍이
눈물 방울을 받는다.
일순 마음속에 숨어 있던 온갖 파인 곳들이
양말 뒤집히듯 위로 솟았다가 가라앉는다.
저런, 여기저기 물 자국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