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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대교 남단 카페에서 문득 창밖을 내다봅니다. 한쪽은 한강을 건너려는 차들이 답답하게 막혀서 좀처럼 움직이지 못합니다. 건너편 차선은 거의 비어 차들이 시원하게 달리고 있습니다. 신호가 푸르게 바뀌어도 잘 움직이지 못합니다. 한강을 건너려는 차들이 이 길 하나뿐 아니라 다른 길에서 다 함께 몰리니까요. 얼마나 답답할까요. 빨리 집(가려던 목적지)에 가고 싶을 텐데요. 꼭 내 삶에서 내 길만 이렇게 빨간 불이 켜지고 막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밤 늦은 시간 다들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하나 둘 정류장을 떠나는데 내가 기다리는 버스만 오지 않는다고 느끼듯이 말입니다. 그럴 땐 곁에서 어둠을 밝혀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가로등도 위로가 되지 않지요.
그런데 깜박 잊고 있었네요. 건너편 차들도 저쪽 강너머에서 다리를 건너기 전 지금 나처럼 한참을 막혀서 기다렸다는 것을요. 누군가가 지금의 파란 신호를 만나기 전 얼마나 많은 붉은 신호 앞에서 기다리고 인내하며 통과해야 했는지 자꾸 잊습니다. 늘 현재의 상황만 보고 ‘나만’ 뒤쳐졌다고, ‘내 길만’ 막힌다고, ‘내 삶만’ 힘들다고, 그렇다고 생각하지요. 마치 상대가 내가 누려야 할 무언가를 대신 가져간 듯이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절망하지요. ------------------ 붉은 신호등 앞, 자꾸 막히는 삶의 길을 생각하다가 엉뚱한 생각이 또 듭니다. 저 막힌 길 위에 당당히 서 있는 트럭이 전하는 말 때문일까요? ㅡ "행복 충전소"!! 하지만 그걸 알아도 너무 지치거나 피곤한 날은 참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피곤한 오늘 생각합니다. 무조건 심리적 성숙만 강요하지 말자고요. (원래 욕심이 없어서 인지 '네 안의 거인을 깨워라'와 같은 멋진 말이, 이겨내라는 수많은 훈계와 경구들이 때로는 좀 부담스럽습니다.) 그저 막힌 길 위의 내 삶, 그것이 내 무능력도, 내 잘못도, 외면당한 내 운명도 아니라고. 낡은 차처럼 자꾸 주저앉는 것도 내 게으름이나 무기력이 아니라 그동안 참 긴 길을 달려와서 이제는 좀 힘이 달리는구나, 지쳐있구나라고. 그러니 당황하지 말라고요. 슬퍼하지도 말라고 나를 다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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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농담- 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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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bhlee 041526
![]() <비현실의 현실성>
사람들이 인생은 꿈과 같다고 할 때 현실의 비현실성 때문에, 아니 어쩌면 비현실의 현실성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고 오래 전 막연히 생각했었다. 이제보니 아마 인생도 꿈처럼 혼자서 겪으며 가는 길이기에,
그 누구도 내 꿈을 대신 꾸어줄 수 없기에,
같은 꿈을 공유할 수도, 그 곳에 함께 할 수도 없기에 그런가 보다.
그런가 보다.
--------------------- KimKS: 그림 같아요~ -->Bonghee Lee: 감사합니다 선생님 ===== ASS: 꿈을 대신 꿀 수도, 공유할 수도, 함께 할 수도 없지만, 제가 선생님 꿈에 보조출연자로나마 나오기를 바랍니다^^ 물에 비친 하늘과 나무네요, 너무 멋진 사진입니다! -->Bonghee Lee: 보조가 아니라 메인으로 와도 돼. 함께 늙어가도록 긴세월 한결같은 제자~ ====== CKAhn: 사진이 좋습니다. 화가의 그림같네요. -->Bonghee Lee: 교수님 잘 지내시죠? 미국에 계신가요? 사모님과 두 분 늘 강령하시길 빕니다. --> CKAhn: 네 감사합니다. 미국에 있어요.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비스듬히- 정현종 -------------------------------- 그대 - 비스듬히여.
시인은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라고 말한다.
가만히 읽어보면 마치 비스듬히 하고 그 이름을 불러주며 말하는 것 같다.
비스듬히는 이제 어딘가에 기대는 기울어진 모습의 특징을 묘사하는 부사가 아니다.
'다른 비스듬히'라고 말하면서 시의 후반에서 더욱 확실해지지만
그런 것이 바로 우리의 존재라고 명명하고 호명해주는 것이다.
다정하게 불러주는 것이다. 괜차나 그렇게 서로 기대는 거야.
맑기도 흐리기도 한 공기에 기대는 존재, 당연히 맑기도 흐리기도 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시인의 다정한 호명에 의해 아름다운 이름과 정체성이 된다.
"공기에 기대다"ㅡ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가.
공기에라도 기대며 살아가는 우리가 당연하고 당당해진다. 나, 비스듬히도 오늘 흐린 공기에 편안히 기댄다. 이젠 흐림 속에서도 그 너머 여전히 존재하는 맑음과 빛을 알기에
공기의 흐림도, '나의 흐림'도 의미있고 소중하다는 걸 믿으며, 감사하며...
----- photo by bhlee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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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이게 언제 쓴 일기인지 날짜가 없다. 막막하다. 왜 나는 일기에 날짜 혹은 연도가 없는 날짜만 있을가??? 그냥 끄적이는게, 그 독백이 유일한 대화이며 나의 숨쉬는 일이었기에? 일기에 써놓은 이 이야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네. 너무 고맙다. 고맙고도 고마운 우리 애린이...
미안해 지금도 늘... 그리고 고마워 4/2/26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지난주 올 들어 첫 꽃을 보았습니다. 캠퍼스 길가에 노란 수선화 두 송이가 수줍은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곁에는 어느새 푸르러진 풀 섶 속에 작은 제비꽃이 숨어 있는 것도 보였습니다. 보아주는 이 있든 없든 말없이 성실히 피어있는 작은 꽃과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나도 '살아서 살아있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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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밤과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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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꽃 - 오세영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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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바람 속에 - 이해인 @ 이 글과 관련된 글 | 덧글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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