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이봉희 교수의 문학치유 카페: 내 마음을 만지다

기대가 클수록 사랑은 멀어진다

“선생님, 사람은 무엇으로 살까요?” 

한 학생이 편지로 물은 적이 있습니다. 정말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갈까요. 물론 기본적인 육체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하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분명 그 이상의 어떤 힘이 필요합니다. 바로 사랑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등장하는 천사 미하일이 이 지상에 내려와 찾은 답 또한 바로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노래하고, 사랑이란 말로 넘쳐납니다. 하지만 바닷물처럼 넘실대는 사랑이라는 말 속에 빠져 살면서도 모두들 정작 사랑에 목말라하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사랑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수록

그 기대보다 더 큰 돌덩이를 매달아 놓습니다

 

부질없는 내 기대 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아니 되겠기에

커다란 돌덩이를 매달아 놓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기대 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해서

- 고정희, <사랑법 첫째> 중에서

 

왜 사랑은 항상 내 기대에 못 미칠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한없이 쓸쓸하다면 그 원인 중 하나는 그 사람이 내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기대한다는 것, 그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먼저 이 한 가지를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누구도 나와 같은 존재일 수 없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타인이 나의 기대를 채울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면서도 늘 어딘가 비어 있다고 느낄 때 문득 느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나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은 그 누구도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그저 자신의 방식으로밖에는 사랑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상대가 줄 수 없는 것을 달라고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저 나의 일방적인 기대에 불과합니다. 나 역시도 상대의 기대를 온전하게 채워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잊은 채 상대가 항상 나의 기대에 맞춰주기를 요구합니다. 때로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상대에게 대신 밀어놓고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원망을 그에게 전가시키기도 합니다.

 

생전에 어머니는 나와 내 딸을 참으로 사랑하셨습니다. 불편하신 일흔의 몸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손녀를 돌봐주러 집에 오셨습니다. 그런데 오셔서는 늘 원치 않는 일만 하셨습니다. 식구도 적은데 날마다 밥솥 한가득 밥을 해놓으시거나 냄비가 넘치도록 국을 끓여놓으시고는 먹으라고 권하셨습니다. 정작 어머니께 원한 것은 바빠서 치우지 못한 채 출근하는 집을 간단히 정리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날마다 다 먹지도 못하는 밥을 가득가득 해놓으시며 오히려 집안일을 더 만들어놓고 계셨습니다. 제발 밥 좀 많이 해놓으시지 말라고, 차라리 아무것도 하시지 말라고 말씀을 드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일 년이 넘도록 같은 일로 다투다가 어느 날 깨달았습니다. 그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것을. 어머니는 당신이 주실 수 있는 것밖에는 줄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어머니를 통해 그것이 우리 모두의 사랑의 방식임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아무리 상대를 사랑해도 내가 가진 것, 내가 줄 수 있는 것밖에는 줄 수 없습니다. 그 이후로는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감사하게 받았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밥이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상대도 나에게 뭔가를 기대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기대합니다. 부모에게, 자녀에게, 친구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대하고 실망합니다. 우리의 언어 습관을 살펴보면 얼마나 자연스럽게 또 일방적으로 기대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남편으로서 그 정도밖에 못하니?” “어떻게 선생님이 저럴 수 있지?” “어쩌면 넌 친구라면서 그럴 수가 있니?” 등등. 흔히 말하는 어떻게 누구누구가 이럴 수 있는가에서 보듯 우리는 누군가에게 기대하기를 당연시하고, 그 기대를 꼭 충족시켜주기를 요구합니다. 그런데 꼭 기억해야 할 한 가지가 있습니다. 상대도 나에게 그런 기대를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영화를 보면서 남성은 영화 속 여주인공의 모습을 자신의 아내나 여자 친구에게 기대합니다. 여성 역시 남자주인공의 모습을 자신의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기대합니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우리는 상대에 대한 자신의 기대를 쉽게 포기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나에 대한 상대의 기대는 쉽게 무시합니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지배이지 결코 사랑이 아닙니다.

 

때로는 그 기대가 선한 의도일 때도 있습니다. 영화 <조이럭 클럽>의 등장인물인 준은 울면서 엄마에게 고백합니다. 어려서부터 엄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늘 괴로웠다고, 그래서 상처를 받는다고 말합니다.

 

엄마 : 난 뭘 기대한 게 아니야. 네게 뭘 바란 적이 없어. 다만 희망을 가졌을 뿐이야. 네게 최선의 것을 희망하고 있을 뿐이야. 희망을 갖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야.

준 : 아니라구요? 난 그 때문에 상처를 받아요. 엄마가 내가 해낼 수 없는 무언가를 희망할 때마다 상처가 된단 말이에요. 엄마, 그것이 날 아프게 해요. 엄마가 무엇을 희망하든 난 내 모습 이상이 될 수 없어요. 그런데 엄만 그걸 모르세요. 엄마는 내 진짜 모습을 알지 못해요.

 

어느 사십대 주부와 문학치료 모임에서 이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자녀에 대한 자신의 일방적인 기대와 강요가 아이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주었다는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후기를 썼습니다.

 

아이는 그동안 무진장 노력하고 있고 엄마를 사랑한다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다. 내 기대 안에서만 아이를 보려고 했다. 내 시야 안에서만 아이를 봐왔다. 갑자기 울컥하며 목이 멘다. 네가 잘되기를 바란다면서 내 기대로만 널 대했던 나를 보며 네가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목이 멘다.

 

나의 기대를 온전하게 채워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많은 연인과 부부들이 일방적인 기대로 서로에게 실망하고는 섣부르게 돌아서거나 이별을 고합니다. 이혼을 결심한 어느 젊은 부부 역시 늘 상대에 대한 일방적인 자신의 요구만을 강요하다보니 마주보기만 하면 서로 폭언을 퍼붓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가 문학치료를 통해 각자의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대를 차분하게 서로 글로 쓰고 주고받으면서 각자 스스로를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기대를 낳은 각자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상대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이혼의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소중한 사랑과 그 사랑의 보금자리를 지켜내는 일은 적의 공격과 침략으로부터 성(城)을 지키는 것 이상의 힘겨운 싸움입니다.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겹습니다. 나의 기대를 포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사랑할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사랑은 지독한 자기희생이면서 동시에 그만큼 지독한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의 기대 때문에 (상대가 누구든) 소중한 나의 ‘그대’를 잃는 일이 없도록 우리는 항상 사랑에도 노력해야 합니다. 상대의 사랑의 방식을, 그리고 그가 줄 수 있는 것 외의 것을 바라지 않도록 말입니다. 나도 그럴테니까요.  ‘내 기대’를 ‘그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 또한 그대도 ‘그대의 기대’와 ‘나’를 바꾸지 않기를 바라며 함께 노력하는 것, 그것이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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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법 첫째 - 고정희 (전문)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수록

그 기대보다 더 큰 돌덩이를 매달아 놓습니다

부질없는 내 기대 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아니 되겠기에

기대 높이가 자라는 쪽으로

커다란 돌덩이 매달아 놓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기대 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하여

내 외롬 짓무른 밤일수록

제 설움 넘치는 밤일수록

크고 무거운 돌덩이

가슴 한복판에 매달아 놓습니다

 

따뜻한 슬픔- 홍성란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차마, 사랑은 네 여윈 얼굴 바라보다 일어서는 것. 묻고 싶은 맘 접어 두는 것. 말 못 하고 돌아서는 것. 하필, 동짓밤 빈 가지 사이 어둠별에서, 손톱달에서 가슴 저리게 너를 보는 것. 문득, 삿갓등 아래 함박눈 오는 밤 창문 활짝 열고 서서 그립다, 네가 그립다, 눈에게만 고하는 것. 끝내, 사랑한다는 말 따윈 끝끝내 참아내는 것.

숫눈길,
따뜻한 슬픔이
딛고 오던
그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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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법이 있다는 것을 사랑받는 동안은 아무도 모른다.
홀로 뒤돌아 오는 길목에서나 가슴 시리게 깨닫는 것, 그게 사랑의 법인지 모른다.
아니, 그 시린 한겨울 굳은 가슴 저 아래에 여전히 따스한 봄 같은 사랑의 강이 흐르는 그런 사람만이 깨닫는 게 사랑의 법인가 보다.  외길 사랑을 하는 사람만이 아는, 서로 사랑하는 동안은 알 필요 없는 이상하게 빛나는 사랑의 법. 

그 어둡고 추운, 푸른 - 이성복 

겨울날 키 작은 나무 아래
종종걸음 치던
그 어둡고 추운 푸른빛.

지나가던 눈길에
끌려나와 아주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살게 된 빛

어떤 빛은 하도 키가 작아.
쪼글씨고 앉아
고개 치켜들어야 보이기도 한다

더딘 사랑  - 이 정 록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

photo by bhlee(Seattle)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천상병]
ㅡㅡ

 

다시 올까?
이 시는 읽을 때마다 가슴 어딘가가 아려온다. 
다시 읽는다. 
다시 올까? 이 순간이, 지금처럼 너와 내 외로운 마음이 "순하게" 겹쳐진 그 순간의 행복감, 지극함을 읽는다.

하지만 이어서 나도 시인처럼 그 뒤에  그림자가 따라온다. 
그 행복의 순간 시인은 그것이 아름다운 만큼, 찬란한 만큼 위태롭다는 너무나 지독한 현실을 알고 있다. 
행복의 비현실성. 
현실의 비행복성. 

 

왜 지극히 아름다운 것에 감동받을 때 알 수 없는 슬픔이 따라올까어려서부터 난 이것이 의문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우연히 새벽같이 문을 연 명동지하상가 레코드가게에서 터져나온 파바로티의 "파니스안젤리쿠스...."가 가슴을 찌르고 그 아름다움 뒤의 슬픔을 경험하면서 갑자기 이거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늘 출근을 일찍해서 아주 짧게 일기를 쓰고 하루를 시작하던 나는 그날 일기장에 긴 글을 썼었다. 철학과 성경 그리고 문학에 연결된  나의 답을 찾았었다!!!! 
(지금은 누군가의 두 사람의 부주의로 두번에 걸쳐 다 소실된 몇십년 된 나의 일기장들!!!) 
상담심리/문학치료가 전공이 된 후에도 그 답은 변함이 없다. 실존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나름 나의 답을 찾았다고 슬픔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슬픔을 고이, "순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슬픔이 반드시 아픔은 아님도.... 


이젠 또 이렇게 말하지.. 뻔하긴 하지만. 
이 순간의 기억으로 남은 날들을 견딜 수 있다고,  멀리 떠밀려가도 되돌아 올 수 있다고... 나 자신으로.... 
당연한 것이라고.  절실하고 간절할수록 그 모순이 존재한다고. 

이제는 슬픔 뒤에 따라오는 아름다운 여명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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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이미 그 순간이 악세비치님의 순간에 남아있는듯한데요?
고체 같은 저 구름 녀석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큰 하늘을 갖는 것은 참 행복이에요....
시애틀은 아직 못 가봤는데.......
 
 acsebichi   2009-04-17 00:54:51  [답글] 맞아요. 하늘이 땅과 맞닿아 대형스크린처럼 펼쳐져 있는 곳에서는 늘 겸손해지면서도 또 한편 가슴속에선 울컥울컥 무엇인가가 솟아 나오려고 하지요. 시시각각 한 순간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적 없는 살아있는 거대한 하늘은 늘 저를 깨어있게 해 주었던 거 같아요. 그리곤 막 그 속으로 질주해 들어가고 싶은...
뛰어서... 달려서... 하늘까지,
시애들 public market 앞이에요. 저 길 건너에 최초의 스타벅스커피숍이 있지요.
 
 * Twinkle Rose   2009-04-16 13:03:28 [답글] 이사진을 보고있으니, 날다님이 호주 가서 찍으신 펠리칸 사진이 연상되네요.
다르지만,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 참 재밌는 일이에요^^
 
 *날다나무   2009-04-16 21:05:29 [답글] 그러게요.. 제가 찍은 펠리칸 사진이 떠오르네요. 비둘기보다는 몇배로 크고 도도했지만,,,ㅋㅋ
이 사진의 재미는 엄청난 물살을 가르면서 접근하는 배가 있음에도 끝까지 태연한 비둘기 두마리가 아닌가 싶네요..^^
 
  acsebichi   2009-04-17 00:45:34 [답글] 새가 워낙 작게 나와서...정말 갈매기가 비둘기 같이 보이네요. 
  acsebichi   2009-04-17 01:01:14 [답글] 무언가 서로 연결된 고리가 있다,,끝없이 이리저리 이어지는.
그 모든 고리의 축은 무엇일까 갑자기 궁금해져요.^^
  

*라디오   2009-04-17 23:16:23 [답글] 저도 고리 하나 달고 갑니다, 계속 생각하시라고..^^; 
  acsebichi   2009-04-18 10:22:35 [삭제] [답글] 앗, 생각의 끈을 더 쭈욱 늘려야 겠어요.^^

 
*potozle   2009-04-16 18:09:45 [답글] 구름을 소재로만 찍은 사진작가가 생각나네요 저도 소재를 구름으로 잡아볼까 생각중인데 ,, (그작가 이름이 모지? 이눔의 나이땜에 ㅋㅋ) 
  acsebichi   2009-04-17 00:55:39  [답글] 구름.. 멋진 소재 같아요. 기대할게요. ^^ (스티글리츠 아닌가요? 조지아 오키프의 남편) 
 
 *라디오   2009-04-16 18:23:15 [답글] 다시 오거든 꽉 잡으세요! ^^; 
  acsebichi   2009-04-17 00:57:39  [답글] 꽈-악....바람의 한 쪽 끝을 잡듯이요? 
  라디오   2009-04-17 23:17:33 [답글] 그렇지요, 허공에의 손질!
 
* jubilate   2009-04-17 02:32:29 [댓글] 기다렸어요. 악세비치님께서 나타나시기를..
시원한 사진이 눈길을 끌길래 눌러보니 님의 사진이군요. 님의 사진엔 사진과 함께 항상 얘깃거리가 풍성하게 오가더라구요.
악세비치님은 외국에 자주 다니시나 봅니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며 곳곳마다 둘러보신 님은 좋으시겠어요.~^^
저 배에서 뿜는 듯 보이는 물살은 뭔지..단순히 뱃머리가 속력을 내며 전진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하기엔 물살이 너무 높아 보이는군요?...공중으로 날아오르며 펼쳐진 물살의 모양이 새의 날갯짓 같아 보여요. 잠시 쉬고 있는 갈매기도,하늘의 구름도 모두 날개가 있는 듯 한데 내게도 날개가 있다면 어울려 날아 오르고 싶군요.ㅎㅎ
짧지만 되뇌이게하는 여운이 있는 시도 좋습니다.
 
  acsebichi   2009-04-18 10:20:24  [답글] 기다렸다는 말에 순간 행복해지네요^^;;
외로운, 그리고 늘 지친 귀갓길이면 누군가가 날 기다려주길 바라곤 했었죠.
어릴 때는 길모퉁이에서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가 '어서 와' 하고 안아주었으면, 20대엔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그런 생각했었지요. 제 그림자에 괜히 설레기도 하고. 아, 그러고 보니 기다리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같네요. 내가 가는 곳이면 나타나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던 사람들. 와락 감동과 행복을 안겨주던 사람들. 앞으로 남은 삶에 날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지... 나는 무엇을 어느 길목에서 이 나이에도 기다리는 것인지. "마지막 만남" 앞에서 후회가 없으면 좋으련만. 주빌라테님의 한마디에 제가 너무 멀리 왔네요.^^

jubilate   2009-04-19 20:57:27 [답글] 멀리 가도 좋은 걸요. 얘기 나눌 수 있어서..^^
님의 얘기따라 가다보면 언제 멀리 왔는지도 모르게 얘기에 빠지곤 해요.

제가 얼마 전 인터넷을 이용하다 우연히 악세비치님에 관해서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이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조심스러웠는데..솔직하기로 했어요.^^  
  acsebichi   2009-04-21 23:28:00 [답글] 헉. 그러셨어요. 들켰나요? 궁금하네요. 좋은 일이었겠지요? ㅎ
얘기 나누다.. 나누다.. 참 이쁜 말이죠....
우리 많이 나눠요.^^ 
 
  *Twinkle Rose   2009-04-21 13:00:18 전 요새, 혼자 꿈꾸고 있어요. 흠.. 
  acsebichi  [답글] 2009-04-21 23:39:05 흠..
그 꿈이 로즈님을 잊지않고 기억해주길 바래요.... 
  Twinkle Rose [답글]   2009-04-22 01:14:10 그러길 바란답니다. 아주 간절히.
제발 그 꿈이 나를 잊지않고 기억해주길. 근데, 과연 그럴까 모르겠어요.
그래서 오늘은 걷고 또 걷고 하늘보며 걷고... 그렇게 걸어다녔답니다^^  


 *어느오후   2009-04-20 11:37:36 [댓글]푸르고, 푸르고, 푸르군요. 역시 지구는 초록별!
전과 같을 수 있을까, 다시 맞은 그 순간? 
   acsebichi   2009-04-21 23:41:41 초록별 오후님...
어릴 때 늘 재밌다고 생각했던 게 있죠. 파란불이라는데 늘 초록색신호등이 켜졌죠.
동요 중에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이든가요?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에 파랄 거예요. 산도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아란 마음으로 자라니까요~'라는 동요가 있는데 그거 부를 때 파랗게파랗게 라는 말을 할 때마다 파란색이 터지듯 입술에서 퍼져 나오는 기분이 들곤 했었죠. 하얗게 하얗게라는 가사가 눈이 부시게 느껴지듯이요.^^

'전과 같을 수 있을까?' 그렇죠.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말도 결국 같은 물음 아닐까요, 오후님!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는 오후였어요. 따뜻한 차를 나도 모르게 자꾸 자꾸 마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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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온라인 모임이 있던 때가 참 자주 그립다. 
작가, 교수, 사진가, 그외 사회 곳곳에서 삶의 아름다움에 진심이며 삶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모인 곳이었다. 모두 익명이었다. 
이 카페를 주관하셨던 멋진 편집장이셨던 분이(지금은 대학교에서 강의도 하신다)  카페를 닫으셨고 우리는 다 흩어졌다. 
아니 어디선가 그 분 중심으로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분은 더 많이 더 깊이 더 멀리 본인이 가시려는 길로 가셨다.  이 카페보다 더 중요한....  정말 잘하신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곳이 문득문득 너무나도 그립다.  외로울때면 더욱. 
소통의 부재.....
모두들 [문학치료연구소]라고 하면서 왜 특강 소식이나, 치료모임 소식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느냐고 한다. 
여전히 활동하고 있지만 나는 남은 생 독백으로라도 다시 내 맘을 소통하고 싶은가 보다. 
순수하게, 그래, 그냥  순하게 겹치고 싶은가보다.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들과.  어디서 무슨 일을 하시든지 마음의 흐름이 같은 순한 사람들과. 


 

  구름이 구름을 만나면
  큰 소리를 내듯이
  아,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치면서
  그렇게 만나고 싶다, 당신을.

  구름이 구름을 갑자기 만나면
  환한 불을 일시에 켜듯이
  나도 당신을 만나서
  잃어버린 내 길을 찾고 싶다.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나는 같이 따라 부를 수가 없지만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비 오는 날- 마종기]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ㅡ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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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 글보다 사진! 여명인지 노을인지 하얗고 노란 햇빛과 마천루도 왜소하게 만드는 구름과 하늘.

   왼쪽 구름속의 파란 점은 pale blue dot 같아요.
-->답글/Bonghee Lee:    사진은 노을이야. 
하루도 같은 모습인 적 없는 놀라운 하늘~ 특히 노을~~ 참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시인의 언어가 없는 나는 언제부턴가 “나의 하늘”을 찍는 습관을 허망히 내려놓게 되었어.. 

사람들은 언어가 갈 수 없는 곳에 미술이나 음악이 있다하지만 사진으로는 내가 보고 느낀 그 하늘이 담기지 않네.
내가 무슨 사진을 찍을 줄 아는 전문가도 아니고. 스티글리츠도 아니고!!!! ㅋ

그래도 찍는 이유는 그 벅차던 시간/그 순간/그 느낌을 그래도 떠올리며 기억하고 싶어서인 거지.
그래서 “내가” 기억한, 내가 만난 주관적 "나의 하늘"인 거지^^.

-->답글/ SSA: 선생님의 하늘을 보면서 선생님의 느낌을 공감합니다. 

    스티글리츠의 사진보다 더 공감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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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HJ: 어머나!! 교수님, 사진이 환상적이에요!!
-->답글/ Bonghee Lee: 하늘이 환상적이니까!!^^ HJ이 잘지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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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Kim: 우아....교수님 사진작가도 하세요? 
-->답글/ Bonghee Lee: 긁적. JY님, 예술가는 “하늘” 이죠!!
사진작가라면 오죽 좋겠어요. 하고 싶은거 다 하며 살 수 있다면요^^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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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photo by bhlee0105

 


어스름. 땅거미... 그리고 꿈결

하늘은 항상 땅보다 천천히 어두워진다.

땅 위에 어둠이 덮인 후에도 아직은 바라볼 무엇이
하늘에는 있다.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 흐린 날도, 비오는 날도, 

나는 밤이면

늘 하늘을 바라보곤 한다.

이런 시간이면 떠오르는 노래-
김광석의 <거리에서>

길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뒤돌아선 표지판 앞에서

길을 물었습니다

당신께로 가는 길을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가장 먼 길을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쓸쓸한 길을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낮은 길을

얼굴 없는 표지판 앞에서

침묵하는 표지판 앞에서

울음 터질 것 같은 가슴으로 물었습니다

당신께로 가는 길을 물었습니다

 

Trail Rodge Rd. Mt Rocky2004

(사진/글-bhlee)
사진이 없어져서 (늘 내가 모든 자료를 그렇게 잃어버리듯이) 한 제자의 페북에서 가져왔던 거다.
정말 아쉽다. 처음 내가 찍었던 것과 너무 다르고 다 흐려져버린 20년 넘은 사진.

얼굴 없이 돌아선 표지판이 원본과 달리 이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는구나. 
그래 그것도 그런대로 의미가 있지. 그게 길이지.... 
오래되어 낡은 지도처럼.  

오래되어 빛바랜 추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