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나를 헐어서
붉고 붉은 편지를 쓸까봐
차갑게
비웃는 바람이
내팽개친 들 또 어떠랴
눈부신 꿈 하나로
찬란하게
죽고만 싶어라

[낙엽 쌓인 길에서 - 유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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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삶을 생각하기보다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봐 두려워라

세상이 나를 버릴 때마다
세상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나는

아침 햇살에 내 인생이 따뜻해질때까지
잠시 나그네새의 집에서 잠들기로 했다.

솔바람 소리 그친 뒤에도 살아가노라면
사랑도 패배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마른 잎새들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내가 울던 날
싸리나무 사이로 어리던 너의 얼굴

이제는 비가 와도
마음이 젖지 않고

인생도 깊어지면
때때로 머물 곳도 필요하다

 


[쓸쓸한 편지 - 정호승] 

송아지 | 2007.03.31 23:42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의 고백같은 시이다...이제는 잠을 깰 때인데 너무 깊은 잠을 자서 아직도 많은 것이 부자연스럽다. 어쩌면 좀더 시간이 오래 걸릴지, 영원히 이 모든 것이 꿈같을지 모르겠다. 어딘가 불편하고 빨리 깨고 싶은 꿈. 늘 많은 두려움이 있지만 두려움은 그대로 놓아두어야 겠다. 두려움에 나를 내어 놓지 말아야겠다. 잠시후면 지나가버릴 일들,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아무도 마음쓰지않고 곧 잊어버릴테니 너무 두려워하지말자. 그냥 잠시 두려울 뿐 다 지나 가는 것. 힘이 들면 잠시 혼자 눈을 감고 쉬면 된다 내 마음이 머물곳을 찾아서. 이제는 지지말자...

후기: ..해야겠다, ..하자 내 감정에 휘둘리지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를 위해, 그리고 이제는 피하지말자는 마음으로 오늘 매우 불편하고 어색한 모임에 참석했었다. 마치 연극을 하듯 가면을 쓴듯 스스로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다. 낯선 사람들중에 섬 같은 나의 모습...아무려면 어때. 이젠 나의 그런 모습에 좀 담담해지는 것 같다. 모두가 제각각인걸. 남에게 별 도움이 안되지만 다들 알아서 잘 사는걸. 날 이상하게, 불쌍하게 볼까? 아무도 관심없을지도 모르지. 남의 눈을 신경쓸 것 없다. 해만 끼치지않고 살면되겠지. 오늘은 이정도에 만족한다.
| 2014.02.24 16: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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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룩에 대하여 - 장석남 ]

 

못 보던 얼룩이다 


한 사람의 생은 이렇게 쏟아져 얼룩을 만드는 거다


빙판 언덕길을 연탄을 배달하는 노인

팽이를 치며 코를 훔쳐대는 아이의 소매에

거룩을 느낄 때


수줍고 수줍은 저녁 한 자락씩 끌고 집으로 갈 때

千手千眼(천수천안)의 노을 든 구름장들 장엄하다

 

내 생을 쏟아서

몇 푼의 돈을 모으고

몇 다발의 사랑을 하고

새끼와 사랑과 꿈과 죄를 두고

적막에 스밀 때


얼룩이 남지 않도록

 

맑게

울어 얼굴에 얼룩을 만드는 이 없도록

맑게

노래를 부르다 가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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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bhlee at Seattle(2007)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한가
옅은 하늘빛 옥빛 바다의 몸을 내 눈길이 쓰다듬는데
어떻게 내 몸에서 작은 물결이 더 작은 물결을 깨우는가
어째서 아주 오래 살았는데 자꾸만 유치해지는가
펑퍼짐한 마당바위처럼 꿈쩍 않는 바다를 보며
나는 자꾸 욕하고 싶어진다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해만 가는가  [이성복]

chopin | 2008.06.11 12: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beyond the missouri sky라는 챨리 헤이든과 팻 메스니의 앨범 자켓그림이 생각납니다.
갑자기 그 음악도 듣고 싶어 지고...
웅장한 그림을 맞는 마음은 오히려 차분한 마음입니다...
캄캄한 하늘과 검은바다가 맞다은 곳,
김민기의 친구란 곡도 생각나고...
시애틀에 가면 저런 하늘을 볼수 있는 건가요?
bhlee | 2008.06.11 12:01 | PERMALINK | EDIT/DEL
이건 Space Needle 전방대에서 찍은 거에요.
검은 구름을 몰아내듯 빛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던 그 광경이 정말 경외심을 불러오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나 봅니다. 어디서 들은 듯도 한데 사진은 순간을 영원으로 붙잡아 둔다는. 나는 기억을 붙잡아 둔다고도 말하고 싶어요. 우리의 기억은 새롭게 각색된 기억이기 때문에 그 순간을 그대로 잡아두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늘... 깨닫는 것은 그 때의 감동을 "기억"할 뿐이지 다시 되살릴 수는 없다는 것이더군요.
그게 시간성 속에 있는 인간의 한계일가요
toronto | 2008.06.11 12: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사진...참..좋습니다..
살아가면서 이런 기회를 몇번이나 간직할수 있을지.......
bhlee | 2008.06.11 12:10 | PERMALINK | EDIT/DEL
맞아요. 그런 기회가 오기 힘들죠.

전에 내 동기 준 시인이신 선생이 자기는 등산을 하거나 하면 육체적인 흥분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해서 무척 신기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운전을 하면서 알지도 못하는 길을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을 때 갑자기 모퉁이를 돌자 활활 불타오르는 하늘을 만나게 되었었어요. 그렇게 살아서 타오르는 하늘은 처음이었어요. 정말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은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뭐 스탕달 신드롬까지는 아니지만...

그 때의 하늘은 다만 기억 속에 있는 그 하늘일 뿐이지만 평생토록 결코 잊지 못할 만남이었던 거 같습니다. 많은 아픔과 많은 감사와 많은 고통이 수반되는 기억이지요...

어쩌면 이런 순간의 조우 때문에, 그 추억과 기대때문에 풀한포기 없는 길을 뚜벅뚜벅 살아가는 지 모른다는 생각 가끔합니다.
SM | 2008.06.11 12: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커다란 붓에 먹을 듬뿍 먹여 화선지에 슥슥 그려놓은 동양화 같습니다..
태초의 세계가 저랬으려나...
bhlee | 2008.06.11 12:09 | PERMALINK | EDIT/DEL
느낌이 그렇죠?

어쩌면 중광스님이 사용하던 자루걸레보다 더 더욱 커다란 특별한 붓이 필요할 거 같아요.
우주에 편재하는 신의 손이 사용하는 "허공"만큼 거대한 붓.... ^^
potozle | 2008.06.11 14:0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자연앞에서 누구하나 위대하다 자랑할 사람은 없을거같아여 ,,
세상 모든 미물들보다 우등?하다 소리치는 인간이 제일 작은듯 느껴지는것은 저혼자만의 생각인지 ㅎㅎ
40줄을 넘으면서 문득하늘의 구름들이 너무 좋아보이고 보아도 보아도 맘이가는것은 ,,
사진의 소재로 좀더 큰 풍경을 맞이하고싶네요 ,,,
부러버요 ㅎㅎㅎ
bhlee | 2008.06.11 14:10 | PERMALINK | EDIT/DEL
맞아요. 자연은 늘 우리를 돌아보게 하네요.

광활한 하늘 아래 설 때, 그 아래서 나의 작음을 알고 겸손해지는 것 뿐 아니라

아주 작은 풀섶의 깨알만한 꽃이 겨울 흙을 뚫고 홀로 피어 흔들리는 것,

그 이름 없고 연약한 풀꽃이 전해주는 놀라운 존재의 의미를 접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유수정 | 2011.07.09 09: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와아..
자연도 찍은 이도 대단한 예술가.
지금 내 마음은 찍은이에게 한 표 더..
자연은 무심히 그린 그림이겠지만
찍은이는 그 순간 섬광같은 무엇을 느꼈을 터.
탄성..
Journal Therapy | 2011.08.14 06:26 신고 | PERMALINK | EDIT/DEL
수정아 오랜만이야.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여전히 강의 때문에 전국을 누비는 것일까?

오늘 KTX타고 집에 오는데 기막힌 일몰을 보았어.
마치 종일 내리는 비 너머에도 여전히 태양은 존재한다고, 나 여기 있다고 이렇게 어떤 빗줄기에도 뜨겁게 식지 않고 타고 있다고 말하는 듯이, 어떤 어둠 뒤에서도 이렇게 빛나게 살아있다고 말하는 듯이.
카메라가 없는게 너무 아쉬웠단다.
유수정 | 2011.07.13 02:40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대는 언제나,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는 듯 하이.
스스로와.. 사물들과도, 특히 자연과..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 듣는 귀가 있는 게지.
사실 그대의 동안보다 더 부러운 것은 그 섬세함.
말하지 않는 것을 들을 줄 아는.. 에구..
bhlee | 2011.07.14 02:21 | PERMALINK | EDIT/DEL
수정아. 너야말로 귀가 밝지. 그래서 음악을 했고 그래서 이제는 사람 마음을 듣는 일을 하잖아. 그치? 근데 너 요즘도 잠을 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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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손 - 도종환]

 

말 없는 왼손으로
쓰러진 오른손을 가만히 잡아주며
잠드는 밤

 

오늘도 애썼다고
가파른 순간순간을
잘 건너왔다고

 

제 손으로
지그시 잡아주는
적막한 밤

 

어둠속에서
눈물 한방울 깜빡깜빡
그걸 지켜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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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 이기철
  
저녁이 되면 먼 들이 가까워진다
놀이 만지다 두고 간 산과 나무들을
내가 대신 만지면
추억이 종잇장 찢는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겹겹 기운 마음들을 어둠 속에 내려놓고
풀잎으로 얽은 초옥에 혼자 잠들면
발끝에 스미는 저녁의 체온이 따뜻하다
오랫동안 나는 보이는 것만 사랑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도 사랑해야 하리라
내 등뒤로 사라진 어제, 나 몰래 피었다 진 들꽃
한 번도 이름 불러보지 못한 사람의 이름
눈 속에 묻힌 씀바귀
겨울 들판에 남아 있는 철새들의 영혼
오래 만지다 둔 낫지 않은 병,
추억은 어제로의 망명이다
생을 벗어버린 벌레들이 고치 속으로 들어간다
너무 가벼워서 가지조차 흔들리지 않는 집
그렇게 생각하니 내 생이 아려온다
짓밟혀서도 다시 움을 밀어 올리는 풀잎
침묵의 들판 끝에서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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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 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림 줄 쳐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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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bhlee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 천상병, ‘나무

 

 

----------------

한국에서는 대학생 때 이후 산에 가지 못해서 잘 몰랐었다.

그런데 덴버에서 연구교수를 할 때 록키산과 그 근처 산을 자주 갔었다.
그때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나무는 죽어서도 살아있다는 것에......  살아있는 아름다움이며 예술이라는 것에. 

처음 천상병의 시, <나무>를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의미를 알게 되었다.

꿈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의 생명력--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썩어버린 나무가 여전히 당당히 견디며 서 있는 아름다움.
마지막 순간 제 몸을 땅에 누이는 그 때 조차도 경이로운 예술품이라는 것을.
때로 거기서 녹색 싹을 틔우기도 하는 나무

나무는 쓰러져서도
말라 조각품이 되는 죽음이 비켜가는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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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오늘 무슨 일로

그리 하염없이 흘러내리는지

그 아래 같이 젖으며 산길을 걸었다.

지는 가을빛이 저홀로 더욱 고운데 

저만치서 무심한 듯 비둘기 한 마리

아무도 없는 내 길을 앞서고 있었다.

 

빗물을 가린

나를 가린 우산ㅡ

그 끝에 낙엽 하나 떨어져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았다

“너는 해바라기처럼 웃지 않아도 좋다”*고 말해주면서...

 

111719(MP)

(* 이용악의 시구절임)

 

----------

 

Journal Therapy | 2019.11.17 23:3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장마 개인 날- 이용악

하늘이 해오리의 꿈처럼 푸르러
한 점 구름이 오늘 바다에 떨어지련만
마음에 안개 자욱히 피어오른다
너는 해바라기처럼 웃지 않아도 좋다
배고프지 나의 사람아
엎디어라 어서 무릎에 엎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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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ramho.com/explore-hashtag/%EB%82%B4%EB%A7%88%EC%9D%8C%EC%9D%84%EB%A7%8C%EC%A7%80%EB%8B%A4

 

 

참고:

https://www.journaltherapy.org/2791

 

https://www.journaltherapy.org/2783

 

https://www.journaltherapy.org/2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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