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과수원으로 오세요
석류꽃 만발한 곳, 햇살과 포도주와 연인들이 있어요.
당신이 혹 안 오신다면  이 모든 것이 무슨 소용 있겠어요.
당신이 혹 오신다면  이 모든 것이 무슨 소용 있겠어요.

                                             (루미/ 이봉희 역)

 

photo fr gardening books-Virginia Woolf's garden
(used here only for therapeutic purpo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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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 본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꼽으라면 당연히 모네의 정원 지베르니를 빼 놓을 수 없겠지만... 그보다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티니 컬리지의 정원이 더 먼저 떠오른다.

그곳은 "아, 좋다"라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고요함과 숙연함을 느끼게 하던 공간으로 내 가슴에 남아있다. 아무도 없는 어둑한 시간이었기 때문일까?

안개처럼 어둠이 내리는 그곳에서 같이 수업 듣던 일본에서 온 학생(선생)과 함께 아무 말 없이 한 동안 앉아 있다가 온 기억이 난다. 휴식과 사색의 공간!  의미 없는 소음에 지친 요즘, 그리고 나도 그런 의미 없는 말을 하고 있는 요즘,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도!

 

그런데 시인은 말한다.
이 가슴 벅찬 아름다움이 당신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아니 당신이 있다면 또 이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말이 없어도 좋은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 더욱 그리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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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금세 바보 같은 울보로 변할 참이었다. 그것을 눈치 챈 아담이 작전을 바꾸었다.


"창밖을 봐, 제제. 날씨가 아주 멋지잖아. 하늘이 무척 푸르고 구름은 마치 어린 양 떼들 같아. 모든 것이 네가, 가슴 속에서 노래하던 작은 새를 놓아주던 바로 그날 같아."

아담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저 태양을 봐. 제제. 하느님의 태양이야. 하느님의 가장 아름다운 꽃.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씨앗들을 싹트게 해주는 그 태양이야......하느님의 태양이 저렇게 아름다우니 다른 태양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나는 깜짝 놀랐다.


"다른 태양이라니, 아담? 나는 그 자체로도 엄청나게 큰, 저 태양만 알고 있는데." 

 

 

"지금 저것보다 더 큰 다른 태양을 말하고 있는 거야. 모든 사람의 가슴에서 솟아오른 태양 말이야. 우리들의 희망의 태양. 우리의 꿈을 뜨겁게 달구기 위해 우리가 가슴속에서 달구고 있는 태양 말이야."
나는 감탄했다.


"아담, 너 시인이구나?"

 

"아냐. 그저 너보다 조금 먼저 내 태양의 중요성을 알았을 뿐이라구."

 

"'나의' 태양?"

 

"제제. 네 태양은 슬퍼, 비 대신에 눈물로 가려진 태양. 아직 자신의 모든 능력과 힘을 발견하지 못한 태양. 아직 자신의 모든 삶을 아름답게 만들지 못한 태양. 조금 피곤하고 나약한 태양이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별것 아니야. 그저 원하기만 하면 돼. 삶의 아름다운 음악들이 들어오도록 마음의 창을 열어야 해. 따뜻한 정이 가득한 순간들을 노래하는 시 말이야....제제, 무엇보다도 넌 삶이 아름답다는 걸 배워야 해. 그리고 우리가 지금 가슴속에 달구고 있는 태양이, 하느님께서 이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더 풍요롭게 하려고 우리에게 내려주신 것임을 깨달아야 해."


(바스콘셀로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2: 햇빛사냥] )

 

  0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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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 마종기>

 

 비 오는 날에는, 알겠지만
  대부분의 새들은 그냥 비를 맞는다.
  하루종일 비 오면 하루종일 맞고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에는
  대부분의 새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새들은 눈을 감는다.  
  말을 하지 않는 당신의 눈의 그늘,
  그 사이로 내리는 어둡고 섭섭한 비,
  나도 당신처럼 젖은 적이 있었다.
  다시 돌아서고 돌아서고 했지만
  표정죽인 돌의 장님이 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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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늘 새들이 하는 말이 들리는 집이 참 감사하다. 
새들의 이야기가 늘 똑같지 않아서 더 그렇다. 
이해하지 못해도 느끼는 그들의 지저귐. 


내가 정말 좋아하는 K. 맨스필드는 “카나리아 새”라는 단편소설에서 

새의 노래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고 했었지. 

자신이 언어를 찾지 못한 이야기,

부인할 수 없는 우리 내면의 깊은 곳에 있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카나리아 새는 노래하고 있다고. 

언제부터였을까? 
비 오는 날이면 이상하게도 늘 비를 맞는 새가 생각났었다.  

갑자기 뚝! 기온이 떨어진 비 오는 날~ 

새들의 어제와 다른 이야기를 듣는다.  
아니... 듣기보다 느낀다는 말이 맞겠지. 
모든 언어가 참 불완전하고 부질없다고 느낄 때면 더 그렇다. 

사람사이에 이해하기보다 함께 느끼며 살고 싶다는 부질없는 생각을 할 때,  
말이 너무 쉽고 빠른 세상을 느리게 걷는 날지 못하는 새가 된 기분일 때 더 그렇다. 

by b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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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기도 - 남정림

익어가는 이 고통이
낭비로 끝나지 않게
해주소서

익숙해진 이 상처가
흉터로 끝나지 않게
해주소서

남모르는 이 아픔이
사치로 보이지 않게
해주소서

3월에는
고통의 가지 끝에
명랑한 새의 노래
머물게 하시고

멍든 잎맥 사이로
순한 꽃향기 맴돌게
하시고
어디에서도 터뜨릴
수 없었던
아픔의 꽃을 내 밖으로
활짝 꺼내게 해주소서

고통이 고통을 안아주고
상처가 상처를 덮어주고
아픔이 아픔을 토닥이는
사랑의 3월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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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있던 자리 -천양희>

  잎인 줄 알았는데 새네
  저런 곳에도 새가 앉을 수 있다니
  새는 가벼우니까
  바람 속에 쉴 수 있으니까
  오늘은 눈 뜨고 있어도 하루가 어두워
  새가 있는 쪽에 또 눈이 간다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기둥’을 보고 있을 때
  내 뼈가 자꾸 부서진다
  새들은 몇 번이나 바닥을 쳐야
  하늘에다 발을 옮기는 것일까
  비상은 언제나 바닥에서 태어난다
  나도 그런 적 있다
  작은 것 탐하다 큰 것을 잃었다
  한 수 앞이 아니라
  한 치 앞을 못 보았다
  얼마를 더 많이 걸어야 인간이 되나
  아직 덜 되어서
  언젠가는 더 되려는 것
  미완이나 미로 같은 것
  노력하는 동안 우리 모두 방황한다
  나는 다시 배운다
  미로 없는 길 없고 미완 없는 완성도 없다
  없으므로 오늘은 눈 뜨고 있어도 하루가 어두워
  새가 있는 쪽에 또 눈이 간다

  어디에서나 나를 지켜보는 새의 눈이 있다.

    - 출처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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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호에서 -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맹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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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아무 것도 비추지 못하는 얼어붙은 호수.

한때 깊은 가슴에 품었던 빛도, 그림자도 상실한 채 

꽁꽁 언 마음

깨뜨려볼 수 있을까 돌맹이를 던져본다.

자꾸 자꾸 네 이름을 불러본다.

작은 돌맹이 하나에도, 

아주 작은 부름 하나에도

부서지듯 포말선을 그리던 그 섬세하던 네 마음 
이제는 노래마저 떠나버린

네 굳어버린 차디찬 마음에 

쩡쩡 부딛쳐 되돌아오는

그래도 불러보는 네 이름

 

너라고 외롭게 얼어버리고 싶었을까
제 스스로 얼어붙는 마음이 있을까
얼마나 대답하고 싶을까


봄은 반드시 올거야

지치지 않는다면
나도,

그리고 너도

 

(너는 누구일까.. 

네 이름은 누구일까... 생각해본다. 

봄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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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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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 나무와 여인 

 

 

귀로- 박수근 

 

 

박수근의 나목 - (c)2013이봉희 


그의 나목은 정직하고 당당하다. 어떤 수식어도 치장도 자신을 드러내거나 혹은 가리는 일체의 언어도 없이 그 존재 자체로 세상에 서 있는 나무.  그런데 나무들은  땅에 뿌리내리고 있어도 한결같이 하늘로 머리를 두고 하늘로 손을 뻗고 있다. 모든 나무가 그럴지라도 그의 나목들은 그것이 더 당당히 드러나있다. 

 

그 밑 허기지고 지친 여인들의 [귀가]길에 묵묵히 서 있는 나무는 그림 속에서  그 여인들의 삶을 대변해 주고 또 지켜주는 또 다른 인물이다.  고흐의 나무들처럼 달려가고 용솟음치고 몸부림치는 열정대신 그의 나무들은 희망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무채색으로 삶의 고단함을 끌어안고 자신의 이름 없는 존재의 몫을 다하는 그리고 묵묵히 견디는 인내 속에 담긴 희망을.... 

 

[나무와 여인]은 [귀가]와 달리 아침 풍경처럼 보인다.  아이를 업은 한 여인과 머리에 함지를 이고 장사를 나가는 여인.
아이를 업은 여인은 함지를 이고 가는 여인을 목을 꺾어 바라보고 있다. 등에 업은 아이는 다른 곳에 관심이 있는지 다른 곳을 보고있는데 이 여인은 일을 나가는 여인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다. 그 사이에 서 있는 나목... 
그 나무는 두 여인을 나누는 구도 속에 서 있지만  나누기 보다는 오히려 두 여인을 모두 끌어안고 있다.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든 밖으로 일을 나가든 두 여인 모두 그 나무처럼 이 겨울을 견디는 희망의 상징이며 두 여인을 대변하는 나무이다.  어쩌면 그 나무는 아낙들만 나오는 그림 속에 부재중인 이 춥고 가난한 시대의 모든 가장을 대변하는 존재로 거기 그렇게 서있는지 모른다.  당당하고 늠름하게 비록 잎도, 꽃도, 열매도, 그 무엇 하나 줄 수 없는 앙상한 가지뿐이지만 가정을 지키는 힘으로.  박수근 자신으로...

(c)2013. 2. 이봉희

 

박수근의 그림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들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끌어 내었다. 박완서 외에도 많은 시인들이 그의 작품을 소재로 시나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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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피천득>

짐승들 잠들고
물소리 높아지오

인적 그친 다리 위에
달빛이 짙어 가오

꺼리낌 하나도 없이
잠 못 드는 밤이오
—————-

사방이 천지가 눈감고 자는 밤
잠 못 드는 시인은
그게 거리낌 하나 없다고
말한다.

늦게 잔들
아침에 일찍 일어날 일도 없어 초조할 것도 없는,
누구에게 폐 끼칠 일도 없는
자유로움ㅡ
물소리, 달빛에 젖어
유유자적한 듯 말하는 그 목소리에 밴
쓸쓸함은 무엇일까?

홀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는
사람은 알까
거리낌 없음의
뒷모습을

자신도 모르게
……하오
말을 건네고 있는
그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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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 修羅 - 백석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 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 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1936년 시집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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