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 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旅程)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3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 한 탓이리.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 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황동규, “시월(十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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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 femme au pigeon by Picasso



고마워.

나를 안전히 안아 줄 손길은
너 밖에 없어
어리고 여린 너의 손

소유하려 숨막히게 움켜 잡지도
무감각하게 놓아 버리지도 않는
내 모습 그대로 온전히 품어 안는

네가 내가 되어
내가 네가 되게 하는
작고 고운 영혼의 힘

고마워.

날 고이 품어
잠시
날개를 쉬게 해주어서
잠시
구룩구룩 설운 노래 멈추고
너와 함께 온유히 두근거리는 박자
화음처럼 퍼지는 따사로운 체온

갈매기처럼 독수리처럼 높이 날지 못해도
네 품안에서 고동칠 작은 꿈이 되게 해주어서
네 가슴에 살아 남은 작은 사랑이 되게 해주어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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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 040607

 

| 2007.04.07 02: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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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문화회관 2020년 하반기

「마음을 채우는 끌림의 인문학」

--문학, 인문, 역사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만나는 인문학 강연--

 

전북교육문화회관에서는 학생 및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2020년도 하반기 「마음을 채우는 끌림의 인문학」강연을 개최한다. 「마음을 채우는 끌림의 인문학」은 특정 주제의 명사를 초청, 소통과 배움을 통해 지역주민의 지적 욕구 충족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매년 상/하반기에 마련된다. 올 하반기는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변경되어서 10월 7일부터 12월까지 총 9회에 걸쳐 문학, 인문, 역사를 주제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전북교육문화회관 2층 교육4실에서 진행할 예정이며 인원도 축소하여 모집한다.

 

10월 7일~21일(수)까지 3주간은

 

2020년도 상반기에 이어 또 다시 나사렛대학교 대학원 문학치료학과 이봉희 명예교수를 초청하여

‘내 마음을 만지다-글쓰기문학치료’ 를 주제로 [치료의 문학: 문학을 보는 7가지  새로운 시선] 등 강연이 있을 예정이다.

 

참여는 30여명 선착순으로, 회관 누리집 온라인접수(http://lib.jbe.go.kr/jec)나 당일 현장 접수이며 참가비는 무료이다.

 

특히, 모든 강의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수칙을 꼼꼼히 지키며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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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lue guitar by bhlee


[내 마음의 첼로 - 나해철]

 

 

텅 빈 것만이 아름답게 울린다

내 마음은 첼로

다 비워져

소슬한 바람에도 운다

누군가

아름다운 노래라고도 하겠지만

첼로는 흐느낀다

막막한 허공에 걸린

몇 줄기 별빛 같이

못 잊을 기억 몇 개

가는 현이 되어

텅 빈 것을 오래도록 흔들며 운다

다 비워져

내 마음은 첼로

소슬한 바람에도 운다

온 몸을 흔들어 운다


| 2010.01.22 02: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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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 shoes



무거운 것이 제 한몸이라고
제 한 몸 같은
이 한 세상이라고

구두는
무거운 구두는
나의 친구는

가벼워지기 위해
걸었다

쓰러질 때까지
걸었다.

[구두 4 - 박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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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2020 가족소통참여사업 - 글쓰기문학치료 특강: 내 마음을 만지다

@숲속작은도서관 글헤는 숲 (9/23/2020)

 

 

 

너무나 아름다운 숲속에 작은 집--

도서관이라기보다는 가족같은 작은 공동체. 걸음마하는 어린아기 같은 풋풋한 곳

악화된 코로나19로 인해 참여인원을 15명으로 제한하고 멀리 떨어져 앉아서 마스크를 쓰고 함께 했다.

찾아가는 길 마지막 길을 지나쳐서 빙빙 막히고 막히는 좁은 편도 길을 돌아서 찾아갔다.

순수한 참여자분들의 마스크 너무 눈빛에 그만 또 2시간 강의인데 3시간을 해주고....

그래도 꼼짝않고 집중해서 들어주신 분들이 고맙다.

그리곤 녹초가 되어 집에 오면서 또 나를 쥐어박는다. .

이놈의 불치병.. 문학치료가 뭐라고 이리 알리고 싶어서 매번 무리를 하는가.

아쉬운 점은 아직 미숙하여 강의하는 사람을 위한 생수 한 병 준비를 못해주어서 너무너무 힘들었다.

물을 내가 가지고 갔어야 했나보다.

그래도 순수한 열정을 가진 분들을 만나는 것은 늘 감사하고 행복하다...

희망이 주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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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못난 것들아 - 박노해]

 

한번씩 서울을 다녀오면 마음이 아프다
나는 왜 이리 못 났는가, 못 났는가,
십 년째 제대로 된 책 하나 못 내고
침묵 속에 잊혀져가며 나이만 들어가는
무슨 인생이 이런가
무슨 운명이 이런가

해 저무는 마을 길을 홀로 걸어가는데
감나무 집 할머니가 반갑게 부르신다
굵고 성한 감은 자녀들에게 택배 부치고
비툴하고 못난 감을 깎아 곶감 줄에 매달면서
이거라도 가져가라고 한 바가지 내미신다
언덕받이 부녀회장님댁을 지나가는데
이번에 새끼 친 일곱 마리 강아지 중에
잘생긴 녀석들은 손주들에게 나누어 주고
절름거리는 녀석을 안고 있다가
가져가 길러보라고 선물하신다

내 한 손에는 잘고 비툴한 못난이 감들
품 안에는 절름발이 못난 강아지
어둑한 고갯길을 걸어가는 못난 시인
산굽이 길가엔 못난 쑥부쟁이꽃

못난이들의 동행 길이 한심하고 서러워서
울먹하니 발길을 멈추고 밭둑에 주저앉으니
물씬 풍겨오는 붉은 감의 향내
내 얼굴을 핥아대는 강아지의 젖내
바람에 흩날리는 쑥부쟁이꽃 향기

그래, 이 모든 것이 선물이다
비교할 수 없는 삶의 감사한 선물이다

나는 이 감들이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안다
이 강아지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안다
이 쑥부쟁이가, 할머니가, 논과 밭이,
오솔길이 어떻게 지켜져 왔는지를 안다
잘나고 이쁜 거야 누구라도 좋아하지만
자신의 결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건 위대한 사람만이 할 수 있으니

이 어둔 밤길의 나의 못난 것들아
못난 시인의 못난 인연들아

 

- 출처: 박노해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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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by bhlee091920

 

문득 멈춰서 빛금 친 햇살에게 물어본다......
서로가 그저 필요로 할 뿐이고 그리고 그 뿐인 그런 관계가 이 세상 관계인 것을

왜 나는 이 나이 되도록 적응하지 못하고 괴로워할까?

저 나비도 꽃도 그저 생존을 위해 서로 주고 받는 관계일 뿐일까? 그렇게 우주의 생명은 존속되고 있는 것일까? 


무심한 듯 나를 스쳐가는 착한 바람과 햇살.....
팔랑이는 작은 나비, 돌담 틈을 비집고 찬란히 피어난 꽃들....
조용히 견디며 존재하는 것들.....
머지않아 저 나비도, 풀섶의 작은 꽃들도 또 묵묵히 사라지겠지 하는 생각에

순간 이 짧은 계절이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다.


그래, 그걸로 족하다... 그걸로 족하다...

중얼거리며 산을 내려온다.

 

photos by bhlee1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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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hotos by bhlee 102419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이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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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0.21 03: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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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에게 부침-권대웅

언제나 지쳐서 돌아오면 가을이었다.
세상은,
여름 내내 나를 물에 빠뜨리다가
그냥 아무 정거장에나 툭 던져놓고
저 혼자 훌쩍 떠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고개를 들고 바라보면
나를 보고 빨갛게 웃던 맨드라미
그래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었다.
단지 붉은 잇몸 미소만으로도 다 안다는
그 침묵의 그늘 아래
며칠쯤 푹 잠들고 싶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쓸며 일어서는 길에
빈혈이 일어날 만큼 파란 하늘은 너무 멀리 있고
세월은 그냥 흘러가기만 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 2017.09.11 14:50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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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9.11 14:53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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