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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주간을 맞아 다시 이 그림으로 주님의 고난을 기억하며..... 

 

당시 건축공학 전공이던 딸이 '내 생애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주제로 그린 그림.
초등학교 때 미술학원 3일 가고 재미없다고 그만둔 게 미술교육(?)의 전부였던 딸.

이제는 뉴욕에서 3D 디자인과  AI분야에서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딸의 그림이다. 

정념의 기 - 김남조  (1927. 9. 2-2023. 10. 10)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 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悲哀)가
맑게 가라앉은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 드린다.

새벽에 아가에게 - 정호승

  아가야 햇살에 녹아내리는 봄눈을 보면
  이 세상 어딘가에 사랑이 있는가 보다

​  아가야 봄하늘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면
  이 세상 어딘가에 눈물이 있는가보다

​  길가에 홀로 핀 애기똥풀 같은
  산길에 홀로 핀 산씀바귀 같은

​  아가야 너는 길을 가다가
  한 송이 들꽃을 위로하는 사람이 되라

​  오늘도 어둠의 계절은 깊어
  새벽하늘 별빛마저 저물었나니

​  오늘도 진실에 대한 확신처럼
  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은 없나니

​  아가야 너는 길을 가다가
  눈물을 노래하는 사람이 되라
  내가 별들에게 죽음의 편지를 쓰고 잠들더라도
  아가야 하늘에도 거지별 하나.

   - 2015년 시선집 <수선화에게> (비채)

꽃샘 - 정희성

 

봄이 봄다워지기 전에

언제고 한 번은 이렇게

몸살을 하는가보다

이 나이에 내가 무슨

꽃을 피울까마는

어디서 남몰래 꽃이 피고 있기에

뼈마디가 이렇게 저린 것이냐

한 송이 꽃-도종환 

 

이른 봄에 핀

한 송이 꽃은

하나의 물음표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느냐고

묻는 

 

 

3월의 시 -  나태주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가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햇빛과 그늘 사이로 오늘 하루도 지나왔다
일찍 저무는 날일수록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손 헤도 별은 내려오지 않고
언덕을 넘어가지 못하는 나무들만 내 곁에 서 있다

가꾼 삶이 진흙이 되기에는
저녁놀이 너무 아름답다
매만져 고통이 반짝이는 날은
손수건만 한 꿈을 헹구어 햇빛에 널고
덕석 편 자리만큼 희망도 펴놓는다

바람 부는 날은 내 하루도 숨 가빠
꿈 혼자 나부끼는 이 쓸쓸함
풀뿌리가 다칠까 봐 흙도 골라 딛는
이 고요함

어느 날 내 눈물 따뜻해지는 날 오면
나는 내 일생 써온 말씨로 편지를 쓰고
이름 부르면 어디든 그 자리에 서서 나를 기다릴 사람
만나러 가리라

써도써도 미진한 시처럼
가도가도 닿지 못한 햇볕 같은 그리움
풀잎만이 꿈의 빛깔임을 깨닫는 저녁
산그늘에 고요히 마음 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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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저녁놀에 고통을 매만져 반짝이면, 그때 

손수건만 한 꿈이라도 헹구어 널어 말릴까?
일찍 저문 오늘은 꿈 대신

가도 가도 닿지 못한 햇볕 같은 그리움이라도 널어놓는다. 
산 그늘에 소리없이 베이는 마음 

포항나눔지역자활센터(2023. 6. )
한부모를 위한 글쓰기문학치료: 당신이 어떤 외로운 거리에 홀로 서있든 ©이봉희 교수

 

남들이 외면한 나를 나마저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는지요

“아무도 모를 슬픔을 가졌을 당신의 뒷모습”을 자신마저 외면하지 있지는 않은지요.  이 워크숍은 한 부모로 살아가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숨어있는 상처 입고 외롭고 지친 나를 만나고 들어주고 보살펴주는 자기 돌봄과 치유, 그리고 성장을 위한 워크숍입니다.

 

마음이여 누구를 향해 외칠 것인가?

그 누가 내 아픔에 공감해줄까요.  나는 언제 위로를 받을까요? 

참된 위로란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겪는 무기력과 절망을 어떤 비판 없이 충고 없이 공감해 주는 것입니다. 남이 위로해 주기 전에 나는 나를 위로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봅니다. 나를 사랑하고 나의 상처를 치유받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내 아픔과 상처와 원한을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내 자녀에서 쏟아내고 대물림하게 됩니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내 마음에 공감하고 내 마음을 만져주지 못하면 내 자녀도 그 모습 그냥 그대로 사랑하거나 공감해주지 못합니다. 나를 방치하면 내 자녀도 방치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오늘의 이 짧은 만남 이후에도 글쓰기 실습을 통해 알게 된 글쓰기방법(일기쓰기)으로 혼자서 자신을 돌볼 수 있게 되시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이 어떤 외로운 거리에 홀로 서있든, 누군가는 이미 그곳을 지나갔고 그리고 살아남았다 "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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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한국에 돌아와서 여러 특강/워크숍을 하고도 잊고 있었다. 
자활, 복지 이런 프로그램들은 거의 경제적인 문제가 1 우선 순위이기 마련이고 당연하다.  이런 치유프로그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반갑고 감사한 마음으로 멀리 다녀왔었다. 

내 활동을 알리거나 블로그에 올리는 걸 잘 못한다. 그런 일조차 에너지가 부족해서일까? 나는 학자이지 나를 알리거나 하는 일에 너무 관심이 없고 정말 0점이다. 그래서 늘 잊는다.  자료 찾다가 우연히 보게 된 이 워크숍도 그때 만났던 분들이 떠올라 이곳에 올려본다. 


잘 지내고 계실지.....  그때의 워크숍이 한 작은  계기라도 되셨을지.... 정말 궁금하다. 한 줄도 글을 안 쓰시던 분, 모두 눈물을 흘리는데 계속 웃기만 하시던 분,  그분의 그 마음,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그 마음,  압도당하는 두려움,  너무나 잘 안다. 결국 끝날 때쯤  꾹꾹 누르던 눈물을 흘리시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하루 프로그램으로 이분들을  치유하라는 모든 특강 프로그램들이 늘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늘 밤새워 고치고 또 고치며 가지만 돌아올 때 맘이 안 좋다.  최소한의 마무리라도 해주고 오고 싶은데 2-3시간에 어떻게?  왜, 누구를 위해서 매번 새로운 정보와 강의로만 이런 복지활동을 운영하는 것일까? 내 마음과 힘겨움, 절망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없어서 해결되지 못하는 것만은 절대 아닌데 늘 아쉽다. 

초승달 - 박성우 

 

어둠 돌돌 말아 청한 저 새우잠,

누굴 못 잊어 야윈 등만 자꾸 움츠리나

욱신거려 견딜 수 없었겠지
오므렸던 그리움의 꼬리 퉁기면
어둠 속으로 튀어 나가는 물별들,

더러는 베개에 떨어져 젖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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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눈과 가슴과 언어를 가질 수 있을까?
이토록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초승달을 보면서  일기에 쓴 나의 말은 겨우 이거였는데.. 

"깜깜한 하늘에 차가운 초승달 

내 가슴에 꽂힌 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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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생달 [초승달]- 김강호

 

그리움 문덕쯤에

고개를 

내밀고서

 

뒤척이는 나를 보자

흠칫 놀라

돌아서네

 

눈물을 다 쏟아내고

눈썹만 남은

내 사랑

 

(출처: [한국의 단시조 156편] 2015/책만드는 집)

 <촛불 켜는 아침- 이해인>

 

밭은 기침을 콜록이며
겨울을 앓고 있는 너를 위해
하얀 팔목의 나무처럼
나도 일어섰다

대신 울어 줄 수 없는
이웃의 낯선 슬픔까지도
일제히 불러 모아
나를 흔들어 깨우던
저 바람소리

새로이 태어나는 아침마다
나는 왜 이리 목이 아픈가
살아 갈수록 나의 기도는
왜 이리 무력한가

사랑할 시간마저
내 탓으로 잃어버린
어제의 어둠을 울며
하늘 위에 촛불 켜는 아침

너를 위한 나의 매일은
근심 중에서도
신년 축제의 노래와 같기를 -

그래서 나는 눈부신 언어를 날개에 단
아침 새가 되고 싶었다

햇빛을 끌어내려
젖은 어둠을 말리는 나무 위에
희망의 둥지를 트는
새가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