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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을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 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 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목련 -류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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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나도 삶의 허무를 키웠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열정을 다 해 산다고 삶이 허무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뜨거운 열정의 불꽃 한가운데에는
타지 않는 차가운 파란 허무가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을
나도 일찍부터 알았다.

 

어쩌면
그 허무가 나를 지켜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 욕심에서 자유롭도록....

(032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