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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成年)의 비밀 - 마종기

최후라고 속삭여다오
벌판에 버려진 부정(不貞)한 나목(裸木)은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초저녁부터 서로 붙잡고
부딪치며 다치며 우는 소리를.

목숨을 걸면 무엇이고
무섭고 아름답겠지.
나도 목숨 건 사랑의
연한 피부를 쓰다듬고 싶다.

날아도날아도 끝없는
성년의 날개를 접고
창을 닫는다. 빛의
모든 슬픔을 닫는다.


--
떠나가는 모든 것은 아쉽다. 
내가 떠나라고 둥둥 세월의 강물에 띄워 보내야 하는 것은 가슴에 메울길 없는 바람의 길을 만든다.

날아도 날아도 끝없는 것,  목숨을 걸고 날아도 도달할 수 없었던 것, 붙잡을 수 없어 울어버렸던 것,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아픔으로 남은 것, 이 모두가 연한 피부를 가졌던 시절의 빛나는 아픔이었다.

날아 날아오르려는 그 모든 애타던 불꽃이 나를 태운 후 내게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

날아도 날아도 끝없는 성년의 날개를 접는 것은 다만 성년을 지나 노년이 되어 열정이 식어서라거나, 이젠 숱한 계절을 견디며 표피가 단단해진 나무가 되었다는 이유때문일까...

나무는 죽은 후에도 그 검고 단단하게 변한 표피 속에 여전히 연한 빛깔 속살을 가지고 있는데.
날아도 날아도 끝없는 성년의 날개를 접고 마음을 닫겠다는 저 심정이, 이젠 모든 찬란한 슬픔을 닫는다는 자기에게 향한 결단 같은 맹세가 오히려 나를 일깨운다.

아픔에 지쳐 포기해버린 나의 사랑들을....

결국 모든 슬픔과 아픔은 영롱하고 찬란한, 그러면서 치열한 내 안의 빛이었음을...

070710

| 2009.01.12 17:29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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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먼 숲을 헤쳐 온 피곤한
상처들은 모두 신음 소리를 낸다
산다는 것은 책임이라구.
바람이라구. 끝이 안 보이는 여정.
그래. 그래 이제 알아들을 것 같다
갑자기 다가서는 가는 바람의 허리.

같이 있어도 같이 있지 않고
같이 없어도 같이 있는, 알지?
겨울 밤 언 강의 어둠 뒤로
숨었다가 나타나는 숲의 상처들.

그래서 이렇게 환하게 보이는 것인가.
지워 버릴 수 없는 그 해의 뜨거운 손
수분을 다 빼앗긴 눈밭의 시야.
부정의 단단한 껍질이 된
우리 변명은 잠 속에서
밤새 내리는 눈먼 폭설처럼
흐느끼며 피 흘리며 쌓이고 있다.


[상처 -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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