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종기'에 해당되는 글 4건
by bhlee



  비오는 날에는, 알겠지만
  대부분의 새들은 그냥 비를 맞는다.
  하루종일 비오면 하루종일 맞고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에는
  대부분의 새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새들은 눈을 감는다.
  말을 하지 않는 당신의 눈의 그늘,
  그 사이로 내리는 어둡고 섭섭한 비,
  나도 당신처럼 젖은 적이 있었다.
  다시 돌아서고 돌아서고 했지만
  표정죽인 돌의 장님이 된 적이 있었다.
  [새- 마종기]
정윤 | 2006.10.30 19:4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작가가 나에게 이야기 하는듯...저는 이제 눈을 뜨려고 해요
nobody | 2006.11.14 01: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말을 하지 않는 당신의 눈의 그늘, 그 사이로 내리는 섭섭한 비... 오늘 하루종일 나도 그 비에 젖어 떨었습니다. 나도 표정죽인 돌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차라리..
WB | 2008.07.11 00:4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는 그저 쓰레기통일 뿐이라네
남들이 가슴의 찌꺼기를 갖다 버리는 쓰레기통
그대들이요. 내가 그대들 앞에서 목놓아 울어본 적이 있는가-
언제까지나 나는 괜찮은 거라 착각하고 있는 그대들이여,
난 그대들이 준 찌거기로 내 눈물을 덮어 버렸다네
날 알아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으니
날 아는 양 싸구려 우정을 베풀지나 않았으면 좋겠다네.


==
당신의 혀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 이성이 아닌 가슴이라면
당신은 게임에서 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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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기도 1-마종기]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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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成年)의 비밀 - 마종기

최후라고 속삭여다오
벌판에 버려진 부정(不貞)한 나목(裸木)은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초저녁부터 서로 붙잡고
부딪치며 다치며 우는 소리를.

목숨을 걸면 무엇이고
무섭고 아름답겠지.
나도 목숨 건 사랑의
연한 피부를 쓰다듬고 싶다.

날아도날아도 끝없는
성년의 날개를 접고
창을 닫는다. 빛의
모든 슬픔을 닫는다.


--
떠나가는 모든 것은 아쉽다. 
내가 떠나라고 둥둥 세월의 강물에 띄워 보내야 하는 것은 가슴에 메울길 없는 바람의 길을 만든다.

날아도 날아도 끝없는 것,  목숨을 걸고 날아도 도달할 수 없었던 것, 붙잡을 수 없어 울어버렸던 것,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아픔으로 남은 것, 이 모두가 연한 피부를 가졌던 시절의 빛나는 아픔이었다.

날아 날아오르려는 그 모든 애타던 불꽃이 나를 태운 후 내게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

날아도 날아도 끝없는 성년의 날개를 접는 것은 다만 성년을 지나 노년이 되어 열정이 식어서라거나, 이젠 숱한 계절을 견디며 표피가 단단해진 나무가 되었다는 이유때문일까...

나무는 죽은 후에도 그 검고 단단하게 변한 표피 속에 여전히 연한 빛깔 속살을 가지고 있는데.
날아도 날아도 끝없는 성년의 날개를 접고 마음을 닫겠다는 저 심정이, 이젠 모든 찬란한 슬픔을 닫는다는 자기에게 향한 결단 같은 맹세가 오히려 나를 일깨운다.

아픔에 지쳐 포기해버린 나의 사랑들을....

결국 모든 슬픔과 아픔은 영롱하고 찬란한, 그러면서 치열한 내 안의 빛이었음을...

070710

| 2009.01.12 17:29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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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먼 숲을 헤쳐 온 피곤한
상처들은 모두 신음 소리를 낸다
산다는 것은 책임이라구.
바람이라구. 끝이 안 보이는 여정.
그래. 그래 이제 알아들을 것 같다
갑자기 다가서는 가는 바람의 허리.

같이 있어도 같이 있지 않고
같이 없어도 같이 있는, 알지?
겨울 밤 언 강의 어둠 뒤로
숨었다가 나타나는 숲의 상처들.

그래서 이렇게 환하게 보이는 것인가.
지워 버릴 수 없는 그 해의 뜨거운 손
수분을 다 빼앗긴 눈밭의 시야.
부정의 단단한 껍질이 된
우리 변명은 잠 속에서
밤새 내리는 눈먼 폭설처럼
흐느끼며 피 흘리며 쌓이고 있다.


[상처 -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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