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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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겹의 마음을 가졌기에 그 나무가 까닭없이 불편하였습니까. 멀리로 멀리로 지나쳐가며 혼자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 스스로에게 그 나무 탓을 했나봅니다.. "내가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다 말하기 불편하였을까......
그러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여 나무를 멀리서 멀리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당신은 멀리서 멀리서 보면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
그동안 눈이 부셔서 직시하기 불편했을까요? 그리고 그 여려겹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합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아서라고.........
하나의 꽃빛을 피우기엔 너무 많은 소망과 열정이 있어
여러겹 마음을 피우고 있는 그 나무가 참 외로웠겠구나.......... 깨달았다 합니다.
그러다 또 생각합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아 외로웠을 것이지만 그 나무는 어쩌면 외로운 줄로 몰랐을 거라고.
그렇게 고고하게 홀로 제 열정을 따라 여러 꽃빛을 피우고 있는 그 나무는 외로운 줄도 몰랐을 거라고.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서 또 알았다 합니다.
그 오랜 시간 당신은 그 나무를 떠나지도 못하고 멀리서 멀리서 계속 지켜보았군요.
외롭게 피워올린 꽃잎들 다 흩어져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에야
그 나무 이제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려겹 꽃잎같은 마음 다 흩날아가버리고 맨 몸으로 선 그 시간에야
비로소 당신은 그 그늘에 앉았습니다.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진 나무라 생각하던 그 나무 아래,
당신은 그제야 다가가 앉았습니다. 심심한 얼굴을 한 나무 곁에.............
알 수 없네요. 그 나무가 심심한 얼굴을 하고 나서야 당신은 편하게 그에게 다가간 것인지 다가가 보니 외로운 줄도 몰랐을 듯 여려겹 마음을 가진 그도 어쩌면 참 심심한 것을 알았다는 것인지.... 심심하고 외로워서 더 여려겹 꽃빛을 피워올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인지.
그리고 당신은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이제....... 저녁이 오는 소리를. 이제 어둠이 머지않아 내려올 소리를........
그 여러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다 하십니다.
그 몇겹의 색깔을 읽어 보셨습니까. 까닭없이 부담스러워 멀리서 멀리서 떠나지도 못하고 지켜만 본 당신,
당신도 그 나무처럼 외로웠나요..........
어둠이 내려오는 그 시간에야 알게 된 당신의 마음은 무엇이었습니까?
그 저녁 당신이 찾아와 앉았던 그 나무, 여려겹 꽃잎 다 흩어보낸 그 나무를 생각할 때마다
수천의 꽃잎이 비명도 없이 떨어져 날아와 내 마음에 쌓입니다.
바람도 불어주지 않는데
바람도 불어주지 않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