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hlee

 

[겨울눈 나무숲-기형도]


눈(雪)은
숲을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여기 저기 쌓여 있다.
'자네인가,
서둘지 말아.'
쿵, 그가 쓰러진다.
날카로운 날(刃)을 받으며.
나는 나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홀로 잔가지를 치며
나무의 沈默(침묵)을 듣는다.
'나는 여기 있다.
죽음이란
假面(가면)을 벗은 삶인 것.
우리도, 우리의 겨울도 그와 같은 것'
우리는
서로 닮은 아픔을 向(향)하여
불을 지피었다.
窓(창)너머 숲 속의 밤은
더욱 깊은 고요를 위하여 몸을 뒤채인다.
내 淸潔(청결)한 죽음을 確認(확인)할 때까지
나는 不在(부재)할 것이다.
타오르는 그와 아름다운 距離(거리)를 두고
그래, 心臟(심장)을 조금씩 덥혀가면서.
늦겨울 태어나는 아침은
가장 完璧(완벽)한 自然(자연)을 만들기 위하여 오는 것.
그 後(후)에
눈 녹아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우리의 봄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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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인가.. 서둘지 말아... 그가 날카로운 날을 받으며 쿵, 쓰러진다.  나는 그를 끌고 집으로 와 홀로 그의 몸의 잔가지를 치며 그의 침묵을 듣는다. 서로 닮은 아픔을 향해 불을 지피며, 타오르는 그와 아름다운 거리를 두고 심장을 조금씩 덥혀가야지.  그렇게 나무와 함께 청결한 죽음을 확인할 때까지 나는 존재하지 않으려 한다. 녹아 흐르는 겨울 눈을 거슬러 봄이 다가오는 그때 나 다시 존재하기 시작할 것인가?

(12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