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 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별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 되어 우리라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올 때까지는 저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여줄 따뜻한 이불이란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은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2003)

----------

 

참 오랜 세월 새해아침이면 가슴에 떠오르는 노래입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밤새 퍼부어 대던 눈발처럼 그리움에 서럽던 마음을 나의 눈물로 다 씻어 헹구고

새로 떠오른 햇살처럼 밝은 희망이 되어 당신에게 가고 싶습니다.

그 긴긴 밤을 지나는 동안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타는 가슴이

사랑보다 더한 행복임을 자꾸자꾸 일깨워주시니 그도 감사합니다.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이 모습 이대로 당신께 가고 싶습니다.

당신도 상처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당신 모습 그대로 내게 오고 싶다면 좋겠습니다.

우리 서로 울 곳이 필요할 때 서로의 등에 기대 말없이 그냥 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서로 빙그레 웃음 지을 일이 있을 때 하늘 보며 떠올리는

달 같은 별 같은 얼굴이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나의 사랑하는 이들이

어둠에 묻혀 어둠이 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잃지 않기를

그래서 어둠도 빛나고 있음을 볼 수 있게 되기를

어둠 속에서 빛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모든 이들에게 새해인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