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면 가끔 - 문인수

 

저녁이면 가끔 한 시간 남짓

동네 놀이터에 나와 놀고 가는 가족이 있다

저 젊은 사내는 작년 아내와 사별하고

딸아이 둘을 키우며 살고 있다고 한다.

인생이 참 새삼 구석구석 확실하게 만져질 때가 있다

거구를 망라한 힘찬 맨손체조 같은 것,

근육질의 윤곽이 해 지고 나서 가장 뚜렷하게 거뭇거뭇 불거지는

저녁 산, 집으로 돌아가는 사내의 커다란 어깨며 등줄기가

골목 어귀를 꽉 채우며 깜깜하다.

아이 둘 까불며 따라붙는 것하고

산 너머 조막손이별 반짝이는 것하고, 똑같다

하는 짓이 똑같이

어둠을 더욱 골똘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