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 마종기>

 

구름이 구름을 만나면
큰 소리를 내듯이
아,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치면서
그렇게 만나고 싶다, 당신을  

구름이 구름을 갑자기 만날 때
환한 불이 일시에 켜듯이
나도 당신을 만나서
잃어버린 내 길을 찾고 싶다.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나는 같이 따라 부를 수가 없지만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ㅡㅡ

 

오늘 빗속을 오래 걸었다
옷과 발이 다 젖었지만
마음은 메마른 사막이었다.

참 오래도 그리 걸어왔다
젖지 못한 채,

마냥 퍼붓던 굵은 빗속을. 

그래, 그래,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끄덕 끄덕
시인의 말을 중얼거리며.

 

 

MP 08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