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님이 보내주신 글. 허락하에 공개합니다.
몇년전 일이다. 치료모임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셔서 조심스레 상담을 권했었다. 나도 참 감사하고 기쁘다.
머리가 너무 개운하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무의식중에 나를 괴롭혀 온 교실 속 아이들의 눈빛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경험하게 되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교실 속 아이들의 눈빛 때문에 친구들이 나를 은연중에 싫어할지도 모르고
나를 미워하고, 거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친구들의 말투와 행동을 통해서 어쩌면 그들이 나를 시기하고 질투해서 미워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의 그런 마음들이 느껴져서 불편할 때면, 설마, 굳이 아이들이 나를 시기할 것이 무엇이 있겠어? 라며 ‘내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환기할 출구 조차도 스스로 막아버렸다. 그런 생각들은 나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합리화라고 단정했다. 그렇기에 나는 내 생각의 감옥 속에서 친구들에게 미움받는 아이이고, 친구들은 언제든지 나를 배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속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상담 이후로 교실 속 아이들의 눈빛은 늘 내가 마음속에서 보던 무서운 눈빛이 아니었다.
그 눈빛은 나를 향해 웃고 있는 눈빛으로 변해있었다. 그런 이유로 그동안 아이들의 무서운 눈빛은 상처로 인해 내가 만들어낸 감옥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내 몸과 마음이 너무 가벼워졌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내 발로 걸어 들어갔던 생각의 감옥에서 빠져나온 느낌이 든다.
아니 그 쇠창살의 마음의 감옥이 하늘 위로 올라간 듯하다. 나의 시야를 뿌옇게 한 감옥의 창살들도 사라져버렸다.
이젠 나는 그 교실 속 눈빛들로부터 자유를 얻었다. 온전한 자유!!!
아이들은 나를 미워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냥 그 당시 마음의 악함이 그들을 조종했을 뿐이다. 나를 싫어해서, 미워해서 위로해주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도 그들의 못된 행동과 모습에 놀라고 당황해서 오히려 내게 더 미안해서 다가오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 이후로 아이들이 내게 그렇게 못되게 대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사실 그 당시 내가 친구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욕먹는 모습을 지켜보신 00선생님께도 너무 수치스럽고 창피했다. 그래서 내 마음이 더 무너졌을지 모르겠다. 그런 상황을 저지해 줄 든든한 친구도 없다는 것을 들킨 기분이어서 더 속상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2학년 때는 친구들의 지지로 반장이 되었고, 아이들은 나를 학급 내 모범 학생으로 선택해줬다. 그 때, 나의 수치심을 단번에 사라지게 해 준 순간을 그 선생님이 또 고스란히 보고 계셨다. 다시 나는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무력한 학생이 아니란 것을 그 선생님께 보여줄 수 있었다.
바로 그 장면을 나는 교수님 덕분에 상담 시간에 놀랍게 떠올리고 있었다.
왜 내 머리 속에는 그렇게 수치스런 장면만 나를 괴롭히고 있었을까? 왜 이렇게 반전을 이룬 장면들은 이제야 떠올릴 수 있었나?
그래서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친구들은 나를 싫어한 것이 아니라고!
물론 나를 싫어하는 친구들도 있었겠지만, 이젠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친구들이 다 나를 좋아할 거라는 생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모든 친구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 처럼 말이다.
상담을 통해 그 반전의 장면을 떠올려서 그 사건은 ‘내 잘못이 아니었다’ 라는 것과 나는 친구들에게 미움만 받은 것이 아니라 사랑과 지지와 관심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나도 친구들과 즐거웠고, 행복했던 시간들이 많았던, 그리고 비교적 좋은 평판을 받았던 학생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난 고등학교 시절에 좋은 추억들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상담 이후에 그 시절을 떠올려보니 나름 친구들과 재미있게 잘 놀고, 많은 것들을 경험했던 재미있던 시절이었음을 깨달았다. (중략)
너무 통쾌했다. 나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내 무의식속에서는 왜곡된 생각들로 나를 옥죄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젠 교실 속 그 눈빛들은 나를 무섭게 노려보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해 웃고 있다. 그리고 그 눈빛들이 나를 위해 손을 흔들고 있다...함께 하자고 말이다.. 이리로 오라고 말이다. 그토록 내가 간절하게 원했던 그 밝은 눈빛들이 나를 향해 손짓하는 모습,...
이제 나는 상상속에서가 아닌 현실에서 그 눈빛들의 마음을 진실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후기>
나를 위해 최고의 선물을 해 준 것 같다.
순간 상담료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빚을 내서라도 나를 위해서 이런 선물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나의 빚을 가장 빨리 갚을 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해주면 내가 원하는 것들도,,,나를 위해 꼭 필요했던 물질도 모두 나를 향해 기쁘게 달려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더 성장한 문학치료사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수시로 교수님과 안부대화를 할때마다 새롭게 배우면서....)
나를 진정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들은 아무것도 아끼지 말아야겠다. 나를 사랑하기 위한 작업은 결국 나와 우리 가족, 내가 몸 담은 곳에서 가장 아름답게 작용되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진정 나를 자아의 감옥에서 해방시키는 일...평생 고통받고 살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뜻하지 않게 나에게 이런 기가 막힌 선물이 찾아오다니 말이다.
일반인들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우리 교수님께 이렇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놀랍고 감격적으로 감사하게 느껴졌다. 은연중에 나는 복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뭔가 받아도, 와도, 늘 쪼금씩만 주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돌아보면 내 인생은 참 감사할 거리가 많은 축복된 인생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나를 대하는 생각과 태도가 바로 남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려고 무던히 애쓰고 살았지만, 나를 치유하는 것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시간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이제까지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수치스러워서 억눌렀던 나의 상처들을 방치하지 않고, 그 아픔들을 마주하고 받아주려고 노력한 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교수님께 깊은 마음의 감사를 드린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참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어떻게 교수님께 다가갈 수 있었을까? 때론 나의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나의 무모함이 이렇게 내 인생을 바꾸는 역전의 기회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 이 감격과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교수님께 이렇게 상담받고 내 자신을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자유라는 뜻이 무엇인지...정말 자유함을 경험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님...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사랑하고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