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위한 의자 - 이해인

  홀로 있는 시간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호수가 된다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나 속의 나를
  조용히 들여다 볼 수 있으므로
  여럿 속에 있을 땐
  미처 되새기지 못했던
  삶의 깊이와 무게를
  고독 속에 헤아려 볼 수 있으므로
  내가 해야 할 일
  안 해야 할 일 분별하며
  내밀한 양심의 소리에
  더 깊이 귀 기울일 수 있으므로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이야 말로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여럿 속의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고독 속에
  나를 길들이는 시간이다.

    -( [꽃삽]/샘터사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