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3'에 해당되는 글 1건

<지나친 내 마음의 오지랖>

 

에효... 오늘은 이런저런 오지랖으로 하루가 저물어가 버리고 있다. 

어둑해지는 시간, 집에 오다가 웬 할아버지가 지하철 입구에서 “이리 가면 H아파트 건너편 맞나요”한다. 네.. 하고 가려다가 "건너편"이라는 애매한 말이 그만 덜컥 맘이 걸려서 뒤돌아섰다. "그런데 어디 가시는데요?"

 

외모는 깔끔해 보이시는 그 할아버지 어디로 가는지도 몰라서 휴대폰을 뒤적뒤적 거리시기를 2-3분. 결국 메시지를 찾아 H아파트 건너편으로 오면 찾을 수 있다고 했다고만 하신다. 전철역에서 10여분은 족히 걸리는 H아파트, 그 아파트가 얼마나 긴데 정확히 건너편 어디로 가시냐고 또 묻는다. 기억을 못 해 간신히 또 한참을 걸려서 메시지를 찾더니 [평생학습관]이라 하신다. 더 자세히 묻고 알아낸 것은 검도부 제자가 그 아파트 건너편에 있으니 그곳으로 오라고 했다는 거다.

그 장소가 내가 지나다가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아주 좁은 골목에 있고 눈에 띄지도 않아서 찾기 쉽지 않은 곳이다. 사람들에게 물어도 아마 모를 거다. 네이버 지도로 찾아서 보여드려도 알지 못하시겠기에 그 제자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마중 나오라고 하겠다고. 또 전화번호를 찾지 못하신다. 할 수 없이 내가 그분의 폰(나와 다른)을 달라 해서 겨우 메시지에서 번호를 찾았다. 그랬더니 또 나보고 걸어 달라 신다. "선생님이 전화하셔야 해요."  결국 통화가 되어 그 선생 성함 대면서 제자에게 어디 어디로 모시러 오라고 하고 근처 큰길에 모셔다 주었다. “거기 골목이라 혼자 못 찾으시니까 꼭 여기서 기다리세요” 하고. 나도 바빠서 급히 돌아섰다.

 

그런데 길을 건너자 그만 맘이 아프기 시작한다.

"선생님 잘못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무 걱정 마세요. 돌아가실 때도 길 안내해 달라고 하세요 꼭!!!" 이 말을 못 해서.
내가 계획했던 시간이 어그러진 게 아까운 게 아니라 "선생님 잘못 아니라고, 괜찮다"라고 말해주지 못한 게 내내 맘에 걸려서....
귀도 어두운 그분께 “어딘데요?”라고 큰 소리로 계속 물은 게 꼭 추궁(?)한 거 같아 맘에 걸려서.

얼마나 초조하셨을까? 
겁에 질려 자신감이 없어져서 다음에 또 밖에 나가기 두려워하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젊은 시절 검도선생으로 일하던 그 꼿꼿하던 시절이, 그 추억이 그리워
제자가 오라는 초대에 용기내어 
이렇게 추적추적 겨울비 오는  저녁시간  낯선 길을 혼자 찾아나셨을 텐데....
자꾸자꾸  마음이 쓰인다. 괜찮다고 누구나 다 그렇다고 말해드릴 걸...
(물론, 제자가 잘못했네요. 모시러 온다고 했어야죠...라고 했지만..)

이래서 또 난 기력이 빠져서 멍하니 있다. 오늘도 하루가 그냥 가버리고 있고...
늘 이런 내 “마음의 오지랖”-- 그 후유증이 문제다. 이런 아픔이 문제다.

아마... 검도부 제자들 만나서 다시 힘을 얻고 가셨을 거야. 내 삶이 그래도 헛된 것은 아니었다고 위로받으시며...
그렇게 나도 나를 다독인다--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

(늘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오지랖이란 말을 쓰고 나니, 이게 내 문제를 제대로 표현한 말일까, 궁금하여 새삼 뜻을 찾아본다.)

오지랖: 본래 뜻은 웃옷이나 윗도리의 앞자락이며, ‘오지랖이 넓다’는 옷자락이 넓게 펼쳐지듯 남의 일에 주제넘게 간섭하는 모습을 비유합니다. ‘오지랖이 넓다’는 말은 오늘날에도 종종 쓴다. 그런데 이 말이 그다지 좋은 뜻은 아니다. 옷의 앞자락이 넓으면 몸이나 다른 옷을 넓게 겹으로 감싸게 되는데, 간섭할 필요도 없는 일에 주제넘게 간섭하는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그런데 또 한편 오지랖이 넓다는 것은 가슴이 넓다는 말이다. 즉 남을 배려하고 감싸는 마음의 폭이 넓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오지랖이 넓은 것이 미덕이다. 다만 그것이 지나쳐서 남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귀찮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때, 이를 경계하여 ‘오지랖이 넓다’고 하는 것이다.

 

오늘날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오지랖이 넓은 게 문제가 아니라, 제 몸과 관계없는 사람에게는 좀처럼 눈길도 주지 않는 세태가 더 문제다. 오히려 사람들의 오지랖이 너무 좁다는 데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지랖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2004/2011 박남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