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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bhlee(Se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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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천상병]
ㅡㅡ

 

다시 올까?
이 시는 읽을 때마다 가슴 어딘가가 아려온다. 
다시 읽는다. 
다시 올까? 이 순간이, 지금처럼 너와 내 외로운 마음이 "순하게" 겹쳐진 그 순간의 행복감, 지극함을 읽는다.

하지만 이어서 나도 시인처럼 그 뒤에  그림자가 따라온다. 
그 행복의 순간 시인은 그것이 아름다운 만큼, 찬란한 만큼 위태롭다는 너무나 지독한 현실을 알고 있다. 
행복의 비현실성. 
현실의 비행복성. 

 

왜 지극히 아름다운 것에 감동받을 때 알 수 없는 슬픔이 따라올까어려서부터 난 이것이 의문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우연히 새벽같이 문을 연 명동지하상가 레코드가게에서 터져나온 파바로티의 "파니스안젤리쿠스...."가 가슴을 찌르고 그 아름다움 뒤의 슬픔을 경험하면서 갑자기 이거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늘 출근을 일찍해서 아주 짧게 일기를 쓰고 하루를 시작하던 나는 그날 일기장에 긴 글을 썼었다. 철학과 성경 그리고 문학에 연결된  나의 답을 찾았었다!!!! 
(지금은 누군가의 두 사람의 부주의로 두번에 걸쳐 다 소실된 몇십년 된 나의 일기장들!!!) 
상담심리/문학치료가 전공이 된 후에도 그 답은 변함이 없다. 실존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나름 나의 답을 찾았다고 슬픔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슬픔을 고이, "순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슬픔이 반드시 아픔은 아님도.... 


이젠 또 이렇게 말하지.. 뻔하긴 하지만. 
이 순간의 기억으로 남은 날들을 견딜 수 있다고,  멀리 떠밀려가도 되돌아 올 수 있다고... 나 자신으로.... 
당연한 것이라고.  절실하고 간절할수록 그 모순이 존재한다고. 

이제는 슬픔 뒤에 따라오는 아름다운 여명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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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이미 그 순간이 악세비치님의 순간에 남아있는듯한데요?
고체 같은 저 구름 녀석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큰 하늘을 갖는 것은 참 행복이에요....
시애틀은 아직 못 가봤는데.......
 
 acsebichi   2009-04-17 00:54:51  [답글] 맞아요. 하늘이 땅과 맞닿아 대형스크린처럼 펼쳐져 있는 곳에서는 늘 겸손해지면서도 또 한편 가슴속에선 울컥울컥 무엇인가가 솟아 나오려고 하지요. 시시각각 한 순간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적 없는 살아있는 거대한 하늘은 늘 저를 깨어있게 해 주었던 거 같아요. 그리곤 막 그 속으로 질주해 들어가고 싶은...
뛰어서... 달려서... 하늘까지,
시애들 public market 앞이에요. 저 길 건너에 최초의 스타벅스커피숍이 있지요.
 
 * Twinkle Rose   2009-04-16 13:03:28 [답글] 이사진을 보고있으니, 날다님이 호주 가서 찍으신 펠리칸 사진이 연상되네요.
다르지만,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 참 재밌는 일이에요^^
 
 *날다나무   2009-04-16 21:05:29 [답글] 그러게요.. 제가 찍은 펠리칸 사진이 떠오르네요. 비둘기보다는 몇배로 크고 도도했지만,,,ㅋㅋ
이 사진의 재미는 엄청난 물살을 가르면서 접근하는 배가 있음에도 끝까지 태연한 비둘기 두마리가 아닌가 싶네요..^^
 
  acsebichi   2009-04-17 00:45:34 [답글] 새가 워낙 작게 나와서...정말 갈매기가 비둘기 같이 보이네요. 
  acsebichi   2009-04-17 01:01:14 [답글] 무언가 서로 연결된 고리가 있다,,끝없이 이리저리 이어지는.
그 모든 고리의 축은 무엇일까 갑자기 궁금해져요.^^
  

*라디오   2009-04-17 23:16:23 [답글] 저도 고리 하나 달고 갑니다, 계속 생각하시라고..^^; 
  acsebichi   2009-04-18 10:22:35 [삭제] [답글] 앗, 생각의 끈을 더 쭈욱 늘려야 겠어요.^^

 
*potozle   2009-04-16 18:09:45 [답글] 구름을 소재로만 찍은 사진작가가 생각나네요 저도 소재를 구름으로 잡아볼까 생각중인데 ,, (그작가 이름이 모지? 이눔의 나이땜에 ㅋㅋ) 
  acsebichi   2009-04-17 00:55:39  [답글] 구름.. 멋진 소재 같아요. 기대할게요. ^^ (스티글리츠 아닌가요? 조지아 오키프의 남편) 
 
 *라디오   2009-04-16 18:23:15 [답글] 다시 오거든 꽉 잡으세요! ^^; 
  acsebichi   2009-04-17 00:57:39  [답글] 꽈-악....바람의 한 쪽 끝을 잡듯이요? 
  라디오   2009-04-17 23:17:33 [답글] 그렇지요, 허공에의 손질!
 
* jubilate   2009-04-17 02:32:29 [댓글] 기다렸어요. 악세비치님께서 나타나시기를..
시원한 사진이 눈길을 끌길래 눌러보니 님의 사진이군요. 님의 사진엔 사진과 함께 항상 얘깃거리가 풍성하게 오가더라구요.
악세비치님은 외국에 자주 다니시나 봅니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며 곳곳마다 둘러보신 님은 좋으시겠어요.~^^
저 배에서 뿜는 듯 보이는 물살은 뭔지..단순히 뱃머리가 속력을 내며 전진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하기엔 물살이 너무 높아 보이는군요?...공중으로 날아오르며 펼쳐진 물살의 모양이 새의 날갯짓 같아 보여요. 잠시 쉬고 있는 갈매기도,하늘의 구름도 모두 날개가 있는 듯 한데 내게도 날개가 있다면 어울려 날아 오르고 싶군요.ㅎㅎ
짧지만 되뇌이게하는 여운이 있는 시도 좋습니다.
 
  acsebichi   2009-04-18 10:20:24  [답글] 기다렸다는 말에 순간 행복해지네요^^;;
외로운, 그리고 늘 지친 귀갓길이면 누군가가 날 기다려주길 바라곤 했었죠.
어릴 때는 길모퉁이에서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가 '어서 와' 하고 안아주었으면, 20대엔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그런 생각했었지요. 제 그림자에 괜히 설레기도 하고. 아, 그러고 보니 기다리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같네요. 내가 가는 곳이면 나타나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던 사람들. 와락 감동과 행복을 안겨주던 사람들. 앞으로 남은 삶에 날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지... 나는 무엇을 어느 길목에서 이 나이에도 기다리는 것인지. "마지막 만남" 앞에서 후회가 없으면 좋으련만. 주빌라테님의 한마디에 제가 너무 멀리 왔네요.^^

jubilate   2009-04-19 20:57:27 [답글] 멀리 가도 좋은 걸요. 얘기 나눌 수 있어서..^^
님의 얘기따라 가다보면 언제 멀리 왔는지도 모르게 얘기에 빠지곤 해요.

제가 얼마 전 인터넷을 이용하다 우연히 악세비치님에 관해서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이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조심스러웠는데..솔직하기로 했어요.^^  
  acsebichi   2009-04-21 23:28:00 [답글] 헉. 그러셨어요. 들켰나요? 궁금하네요. 좋은 일이었겠지요? ㅎ
얘기 나누다.. 나누다.. 참 이쁜 말이죠....
우리 많이 나눠요.^^ 
 
  *Twinkle Rose   2009-04-21 13:00:18 전 요새, 혼자 꿈꾸고 있어요. 흠.. 
  acsebichi  [답글] 2009-04-21 23:39:05 흠..
그 꿈이 로즈님을 잊지않고 기억해주길 바래요.... 
  Twinkle Rose [답글]   2009-04-22 01:14:10 그러길 바란답니다. 아주 간절히.
제발 그 꿈이 나를 잊지않고 기억해주길. 근데, 과연 그럴까 모르겠어요.
그래서 오늘은 걷고 또 걷고 하늘보며 걷고... 그렇게 걸어다녔답니다^^  


 *어느오후   2009-04-20 11:37:36 [댓글]푸르고, 푸르고, 푸르군요. 역시 지구는 초록별!
전과 같을 수 있을까, 다시 맞은 그 순간? 
   acsebichi   2009-04-21 23:41:41 초록별 오후님...
어릴 때 늘 재밌다고 생각했던 게 있죠. 파란불이라는데 늘 초록색신호등이 켜졌죠.
동요 중에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이든가요?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에 파랄 거예요. 산도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아란 마음으로 자라니까요~'라는 동요가 있는데 그거 부를 때 파랗게파랗게 라는 말을 할 때마다 파란색이 터지듯 입술에서 퍼져 나오는 기분이 들곤 했었죠. 하얗게 하얗게라는 가사가 눈이 부시게 느껴지듯이요.^^

'전과 같을 수 있을까?' 그렇죠.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말도 결국 같은 물음 아닐까요, 오후님!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는 오후였어요. 따뜻한 차를 나도 모르게 자꾸 자꾸 마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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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온라인 모임이 있던 때가 참 자주 그립다. 
작가, 교수, 사진가, 그외 사회 곳곳에서 삶의 아름다움에 진심이며 삶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모인 곳이었다. 모두 익명이었다. 
이 카페를 주관하셨던 멋진 편집장이셨던 분이(지금은 대학교에서 강의도 하신다)  카페를 닫으셨고 우리는 다 흩어졌다. 
아니 어디선가 그 분 중심으로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분은 더 많이 더 깊이 더 멀리 본인이 가시려는 길로 가셨다.  이 카페보다 더 중요한....  정말 잘하신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곳이 문득문득 너무나도 그립다.  외로울때면 더욱. 
소통의 부재.....
모두들 [문학치료연구소]라고 하면서 왜 특강 소식이나, 치료모임 소식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느냐고 한다. 
여전히 활동하고 있지만 나는 남은 생 독백으로라도 다시 내 맘을 소통하고 싶은가 보다. 
순수하게, 그래, 그냥  순하게 겹치고 싶은가보다.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들과.  어디서 무슨 일을 하시든지 마음의 흐름이 같은 순한 사람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