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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스듬히- 정현종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를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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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 비스듬히여.
시인은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라고 말한다.
가만히 읽어보면 마치 비스듬히 하고 그 이름을 불러주며 말하는 것 같다.
비스듬히는 이제 어딘가에 기대는 기울어진 모습의 특징을 묘사하는 부사가 아니다.
'다른 비스듬히'라고 말하면서 시의 후반에서 더욱 확실해지지만
그런 것이 바로 우리의 존재라고 명명하고 호명해주는 것이다.
다정하게 불러주는 것이다. 괜차나 그렇게 서로 기대는 거야.
 
맑기도 흐리기도 한 공기에 기대는 존재, 당연히 맑기도 흐리기도 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시인의 다정한 호명에 의해 아름다운 이름과 정체성이 된다. 
 
"공기에 기대다"ㅡ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가.
공기에라도 기대며 살아가는 우리가 당연하고 당당해진다. 

나, 비스듬히도 오늘 흐린 공기에 편안히 기댄다. 
이젠 흐림 속에서도 그 너머 여전히 존재하는 맑음과 빛을 알기에
공기의 흐림도, '나의 흐림'도 의미있고 소중하다는 걸 믿으며,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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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bhlee4426



  


작은 일에서 의미를 찾을 줄 아는 사람, 작은 것에서 사랑을 찾아내고 느끼는 사람은 참 아름답다. 
그래서 난 ER가 더더욱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귀하다. 그 앤 늘 나를 깨어있게 해준다.
우리는 친구다. 작은 것들과의 교감, 감동--그것도 없이 삭막하고 외로워 어찌 산단 말인가?
어제 밤 우리는 카드 하나를 놓고도 그렇게 행복했는데...

애린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지.
엄마 난 왜 엄마가 없을 때 우는지 알겠어. 무서워서만이 아냐. 바로 이것 때문이었어.
그 카드의 구절이다:
Mom, when I think how you've always been there, the moments you've filled with your love and your care, the way you encouraged me to try my best, I look back and know just how much I've been bl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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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게 언제 쓴 일기인지 날짜가 없다. 막막하다. 왜 나는 일기에 날짜 혹은 연도가 없는 날짜만 있을가??? 그냥  끄적이는게, 그 독백이 유일한 대화이며 나의 숨쉬는 일이었기에?
어떤 시구절을 찾다가 언제나처럼 읽게된 길고 긴 일기모음. 어디서 가져다가 모아 놓은 것인 듯하다. 1998년-2000년 쯤? 내 딸이 중학교 들어간 이후니까.  내가 천안으로 출근하면서 학교에서 천안으로 이사를 오라는게 조건이어서 나는 연구실에서 하루라도 자야만 했었다. 무엇보다 일이 많아서 (외국인총장이 나에게 늘 추가로 준 업무 --학교책자를 영어로 만드는 일이라든가 여러 잡다한 영어번역 --내가 잘 모르는 신학관련 업무까지--외국에서 공부한 신학부교수들도 쟁쟁했건만 내가 맘이 편했을까?--으로 나는 늘 11시 넘어 귀가했었다.  그리고 새벽에 또 5시면 일어나 출근.. 고속도록 운전...  그래서 나중엔 일주일에 한번은 --새벽교직원 기도모임-이 있는 날은 그나마도 잠을 잘 수 없어서 할수 없이 하루는 연구실 소파에서 잤었지. 그때엔 어린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 애린이는 혼자서 집에 있어야했다.  학교에서 돌아와도 평일엔 엄마가 반겨주는 일이 없는 외롭고도 외로운 어린시절을 보낸 우리 불쌍한 딸. 
나는 울딸에게 평생 죄인이다. 상처만 준...  지금도 그렇겠지.....
그런데도 울딸은 늘 나를 이렇게 감동을 주었다.  항상.

일기에 써놓은 이 이야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네. 너무 고맙다. 고맙고도 고마운 우리 애린이... 

 

미안해 지금도 늘...  그리고 고마워
내 딸로 와줘서 너무 미안하고 또 너무 고마워.

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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