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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먼 숲을 헤쳐 온 피곤한
상처들은 모두 신음 소리를 낸다
산다는 것은 책임이라구.
바람이라구. 끝이 안 보이는 여정.
그래. 그래 이제 알아들을 것 같다
갑자기 다가서는 가는 바람의 허리.

같이 있어도 같이 있지 않고
같이 없어도 같이 있는, 알지?
겨울 밤 언 강의 어둠 뒤로
숨었다가 나타나는 숲의 상처들.

그래서 이렇게 환하게 보이는 것인가.
지워 버릴 수 없는 그 해의 뜨거운 손
수분을 다 빼앗긴 눈밭의 시야.
부정의 단단한 껍질이 된
우리 변명은 잠 속에서
밤새 내리는 눈먼 폭설처럼
흐느끼며 피 흘리며 쌓이고 있다.


[상처 - 마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