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슬픔- 홍성란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차마, 사랑은 네 여윈 얼굴 바라보다 일어서는 것. 묻고 싶은 맘 접어 두는 것. 말 못 하고 돌아서는 것. 하필, 동짓밤 빈 가지 사이 어둠별에서, 손톱달에서 가슴 저리게 너를 보는 것. 문득, 삿갓등 아래 함박눈 오는 밤 창문 활짝 열고 서서 그립다, 네가 그립다, 눈에게만 고하는 것. 끝내, 사랑한다는 말 따윈 끝끝내 참아내는 것.
숫눈길,
따뜻한 슬픔이
딛고 오던
그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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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법이 있다는 것을 사랑받는 동안은 아무도 모른다.
홀로 뒤돌아 오는 길목에서나 가슴 시리게 깨닫는 것, 그게 사랑의 법인지 모른다.
아니, 그 시린 한겨울 굳은 가슴 저 아래에 여전히 따스한 봄 같은 사랑의 강이 흐르는 그런 사람만이 깨닫는 게 사랑의 법인가 보다. 외길 사랑을 하는 사람만이 아는, 서로 사랑하는 동안은 알 필요 없는 이상하게 빛나는 사랑의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