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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부 - 홍윤숙 

무거운 몸 함께 갈 수 없어
자리에 눕혀 놓고
마음 홀로 문을 나서면
동서남북 캄캄한 밤
길도 없는 하늘에 별 하나 뜰까

어린 왕자 사는 별은
어디쯤일까
몸을 떠난 혼은 그 때
어떤 마음으로 어느 산 굽이 돌며
지척일까

한 생애 무거운 살 벗어 놓고
고통의 뼈도 내려 놓고
가볍게 가볍게 깃털 하나로
약속된 시간 지체없이 돌아가는
귀향의 길

마침내 알리라
나를 세상에 보내신 분의 뜻을
그리고 눈뜨고 귀 열리리라
삶은 끝없이 꾸는 꿈이고
죽음은 비로소 깨어나는 현실임을

그날을 위해 날마다
은사시나무 가지 끝에 부는 바람
가슴으로 새기며
남모르는 마지막 공부에
밤이 깊다

따뜻한 슬픔- 홍성란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차마, 사랑은 네 여윈 얼굴 바라보다 일어서는 것. 묻고 싶은 맘 접어 두는 것. 말 못 하고 돌아서는 것. 하필, 동짓밤 빈 가지 사이 어둠별에서, 손톱달에서 가슴 저리게 너를 보는 것. 문득, 삿갓등 아래 함박눈 오는 밤 창문 활짝 열고 서서 그립다, 네가 그립다, 눈에게만 고하는 것. 끝내, 사랑한다는 말 따윈 끝끝내 참아내는 것.

숫눈길,
따뜻한 슬픔이
딛고 오던
그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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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법이 있다는 것을 사랑받는 동안은 아무도 모른다.
홀로 뒤돌아 오는 길목에서나 가슴 시리게 깨닫는 것, 그게 사랑의 법인지 모른다.
아니, 그 시린 한겨울 굳은 가슴 저 아래에 여전히 따스한 봄 같은 사랑의 강이 흐르는 그런 사람만이 깨닫는 게 사랑의 법인가 보다.  외길 사랑을 하는 사람만이 아는, 서로 사랑하는 동안은 알 필요 없는 이상하게 빛나는 사랑의 법. 

그 어둡고 추운, 푸른 - 이성복 

겨울날 키 작은 나무 아래
종종걸음 치던
그 어둡고 추운 푸른빛.

지나가던 눈길에
끌려나와 아주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살게 된 빛

어떤 빛은 하도 키가 작아.
쪼글씨고 앉아
고개 치켜들어야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