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bhlee



지난 겨울 8월에 선물로 받은 난의 꽃이 다 지고 말라버렸다.
그리고 봄이 오도록 그 난의 말라버린 꽃들이 실낱 같이 가는 꽃줄기에 매달려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다.
바스러질 것 같은 저 꽃은 무슨 힘으로 아직도 견디고 있는가
시든 채 겨울이 다가도록 몇달이고 매달려 있는 저 꽃을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아니면 꽃이 아니라 불러야하는가?
일부러 손으로 떼어버려주어야 하는가?
매달려 있는 것이 힘겨워 누군가 --인간의 손이--차라리 떼어주기를 기다릴까?
아니면 줄기마저 다 말라버리기까지 아직도 그 공급하는 수액에서
작은 생명을 나눠마시며
저렇게 동반자로 매달려있는 것일까?
떠나기 싫다고 같이 있고 싶다고?
대체 생명이란 어디까지인가?
마른 생명...
나는 왜 저 이미 시들어 버린 위태로운 꽃들을
겨울이 다가고 봄이 오도록 볕 잘드는 창 앞에 열심히 놓아두는가

그래, 부디 마지막까지 살아있으라.
그 손을 놓지 말아라
시들어도 꽃은 여전히 꽃이다
시들어서도 너는 여전히 아름다운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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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는 한
다 알고 있다
다 들을 수 있다
다만 눈감고 있다.

조금씩 지쳐서
결국 안녕,
들리지도 않을 말
바스락 입술만 떨고

말라가는 정에 매달렸던
뼈마른 가지

놓으며
떠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