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쁜 소식을 전해들을 때 가장 귀한 선물을 받는 기쁨을 누린다. 지난 겨울 어떤 모임에서 만났던 분의 편지를 받았다.
코스모스 같았던 분.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놀라운 이야기들이 나와서 자신도 당황하면서 눈물을 흘리시던 분.  그 진솔함과 그 아픔에 모두를 같이 아파하고 감동했었다.  회기가 끝나고 헤어지게 되어서 맘에 걸리고 문득문득 생각났었는데....이렇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시니 가장 큰 스승의날 선물이다.  보고싶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지난해 말에 평생학습관에서 수업을 받은 HSL입니다.

글쓰기치료가 무엇인지 모르고 시작해 첫날부터 눈물바람이어서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문에 두번째 시간엔 결석을 했었죠. 그런데 그 결석이 무색하게도 거의 매 시간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분위기 망치는 게 아닐까 걱정하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제가 어설픈 이타주의로 중도 하차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교수님께서 무척 신경써주신 것에 감사해요! ... 맘 속에 쌓아두어 썩어가는
이야기들을 꺼내어 들여다 볼 수 있게 도와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업은 애기 3년 찾는다'더니, 제가 무슨
생각, 어떤 느낌을 맘에 품고 있는지 잘 몰랐어요. 감추었던 감정이나 생각들이 떠오르고 제멋대로 튀어 나와서
깜짝 놀라고, 때로는 며칠을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앓을 정도로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마칠 때는 오히려,
회기가 너무나도 짧게 느껴지고 무척 아쉬웠습니다.

의지할 곳, 기댈 곳을 찾으면서 정작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수고는 미처 못해 왔는데. 이제는 때때로 글을
쓰면서 스스로 저를 들여다보고 맘이 해주는 말을 귀기울여 듣겠다는 마음가집으로 지냅니다. 수업을 받고
올해는 그야말로 제 일생을 통털어 가장 많이 자주 일기를 쓴거 같아요. 아직도 후기는 어려운데 그런대로
그냥 썼어요. 간혹 맘이 심하게 출렁러려 힘들 때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제가 진짜 저다워진다고 느껴져 기뻐요.

제가 유령처럼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오갔지만 오늘은 꼭 교수님께서 사랑과 인내로 하시는 이
글쓰기치료나 그 바탕의 따스한 인간애가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지 전하고 싶어 용기를 내봅니다. 제가 만난
참 좋은 선생님,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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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빠서 지난 몇 년간 이곳에 모임의 보고서를 쓰지 못했다.
오늘 19차 문학치료 마지막이었다. 이번 학기에 있었던 문학치료모임이나 특강 중에 있었던 수 많은 감사한 사연들 중 하나만 간단히 적어본다.

글쓰기문학치료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의 변화에 늘 놀라지만 어떤 강의에서 만났던 한 분이 18차부터 함께 하셨다.  그 분은 평생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고 하신다. 그 분의 변화는 정말 놀랍다.  그 많은 말들을 어떻게 오랜세월 가슴에 묻어둔 채 사셨을까?  그래서 그렇게 늘 아프셨을까? 늘 이름모를 분노에 자신을 내어줄 수 밖에 없으셨을까?   요즘은 키보드에서 손이 발레들 하듯, 살아 춤을 추듯 글을 쓰신다고 한다. 하루 종일 너무나 하고픈 말이 많아서 글 쓸 곳을 찾아 다니신다고 하신다.  지난 회기때만해도 글을 못쓰겠다고 불편하고 부담스러워하셨었다.  왜 이 모임에 와야하는지 때로 모르겠다면서 화도 내시고 회의도 느끼시던 분인데 그래도 19차에도 계속 참여하시기를 권했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어느날 부터 변화를 보이시더니 이제는 너무 행복하다고 하신다.  오늘은 또 말씀하시기를 이제는 그동안 피해자처럼 당하기만 하던 직장에서도 전에는 보이지 않던 타인의 숨은 의도가 보이고 상황을 판단하는 지혜의 눈이 생긴 것이, 그래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고 전과 달리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하고 놀랍다고 하신다.  문학과 글쓰기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이번학기에 개설하게 된 문학치료의 이해 시간에는 55명이 넘는 학생들이 선택을 하였다. 더 많은 신청자가 있었지만 더 이상은 받을 수가 없었다.  첫시간 수업목표와 내용을 설명하고 정말 듣고 싶은 사람, 들어야 하는 사람만 선택해서 대기 중인 다른 학생에게 양보하라고 부탁했는데 전원 그냥 남아서 고민을 참 많이 했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알고 싶고, 상처나 문제를 해결받고 싶다는 것이다!!!) 
대형 수업이라 일일히 한 사람 한 사람 facilitate해주지 못하는게 안타깝다. 그런데도 좋은 결과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또 다시 글쓰기의 힘을 느낀다.  한 학생은 정말 염려가 되었다. 어린시절부터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서였다. 그런데 지난 주 나와의 대화중에 말했다. 선생님 정말 신기해요. 그 사건이 더 이상 절 고통스럽게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제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무척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예전에 이런 건 상상도 못했어요라고 한다.   가장 많은 수(약 70%)의 학생들이 고통스런 사건으로부터  더이상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고,  그외의 가장 많은 변화는 대인관계가 좋아졌다, (공부에) 집중이 잘된다, 전보다 자주 웃는다.. 등이었다.  몸의 통증이 사라졌다는 보고도 소수 있었다.

그 학생들을 다 보살필 수 없어서 과외처럼 주중에 2시간씩 따로 동아리를 만들어 소수 그룹모임을 가지고 있다. 내 몸이 감당하기가 사실 참 벅차다. 하지만 안타까우니까.... 눈에 보이는데....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다.

수업 중의  또 한 학생은 오늘 문학치료 모임에 왔다.  그 학생은 첫시간 내가 대화를 해주었을 때부터 참 많이 울었었는데 2주전 수업시간에 내면아이를 대면하고 내가 개별적으로 f/c를 채주면서 이 모임에 오기를 청했다...(여기서 다 말할 수 없는게 안타깝다.).... 그런데 수업 중 그 프로그램을 통한 글쓰기/문학상담만으로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 다음 주 '제 글이 밝아지고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게 신기해요' 라고 말했다.  오늘도 모임에서 가장 어린 그가 '나도 절망이 뭔지 알아요.  그리고 희망이라는 단어도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절대 쉬운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절망을 많이 디뎌보면 행복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어요."라면서 다른 어른 참여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다른 참여자들은 학생일 때 이런 모임에 오게 된 그를 너무나 축하(?)해주면서 샘이난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19차가 끝나는 오늘은  오전시간엔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어서 눈물도 흘리시고 또 서로 아파했지만 오후세션에서는 내 안의 목소리를 맘껏 자유롭게 터뜨리는 프로그램으로 모두들 맘껏 웃으면서 마쳤다. 시간이 끝났는데도 모두들 아쉬워하셔서 오늘도 또 시간을 연장해서 함께 시를 하나 더  나누고 글을 쓰고 헤어졌다.  모두들 행복했다는 말씀에 나도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