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 나희덕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삐삐 | 2017.11.23 19: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교수님이 좋아하시는 시인가요?

얼마 전, 제가 자주 가는 까페에서 사장님이랑
나란히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데~
스산한 바람에 낙엽이 뒹구는데 서글픈 마음이 들더라구요~.

"울긋불긋 단풍은 참 이쁜데 그치?"~^^

제 말에

"아니 난 낙엽 다 떨어진 앙상한 나무가 참 좋아~"

이러길래 제 눈이 땡그래졌더랬어요

이 시를 읽으니
그 사장님도 이런 맘이였을까요~싶네요 ㅎ
Journal Therapy | 2017.11.26 17:37 신고 | PERMALINK | EDIT/DEL
삐삐님도 이 시 맘에 드세요?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이고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낙엽이 다 떨어진 나무는 가린 것도 꾸민것도 없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죠.
더구나 추운 겨울을 맨 몸으로 견디어내는 게 더더욱 안쓰럽게 보여요.

그런데 그렇게 자신의 있는 그래도의 모습으로 서 있는 나무에게 무언가 입혀주고 싶다가다도 오히려 무척 당당해보일 때가 있어요. 굽은 모습, 옹이진 모습,.... 대로 담담히ㅡ그리고 당당히ㅡ 서 있죠. 그게 참 아름답죠.

바람이 마지막 남은 잎새마저 다 뜯어 달아나도
아직은 남겨진 자비를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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