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하나 전 - 나희덕

 

집이 가까워 오면

이상하게도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깨어 보면 늘 종점이었다

몇 남지 않은 사람들이

죽음 속을 내딛듯 골목으로 사라져 가고

한 정거장을 되짚어 돌아오던 밤길,

거기 내 어리석은 발길은 뿌리를 내렸다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쳐

늘 막다른 어둠에 이르러야 했던,

그제서야 터벅터벅 되돌아오던,

그 길의 보도블록들은 여기저기 꺼져 있었다

그래서 길은 기우뚱거렸다

잘못 길들여진 말처럼

집을 향한 우회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희미한 종점 다방의 불빛과

셔터를 내린 세탁소, 쌀집, 기름집의

작은 간판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그 낮은 지붕들을 지나

마지막 오르막길에 들어서면

지붕들 사이로 숨은 나의 집이 보였다

 

집은

종점보다는 가까운,

그러나 여전히 먼 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