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가시뿐인 아픔이라도

어느 날 꽃으로 피어나리라

 

 

글 이봉희

나사렛대학교 대학원 문학치료학과 교수

미국공인문학치료전문가(CPT)/공인저널치료전문가(CJT)

상담심리사/ 내 마음을 만지다저자

 

 

 

 

            자신감은 어떤 모습이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데서 나옵니다. 때로 초라하고 

            비참한   순간에도 내 속에 꺼지지 않고 남아있는 힘과 가능성을 찾고 그것을 믿어주는 것

            자신감은 결과와 무관히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 천상병, ‘나무

 

 

흔히 사람들은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합니다.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무엇인가 성취했을 때? 그렇습니다. 하지만 성공을 통해서만 자신감이 생긴다면, 자신감을 갖기란 얼마나 힘이 들까요? 그 자신감은 얼마나 위태로울까요? 세상에는 성공하는 순간보다 실패하고 실수하는 순간들이 더 많은데 말입니다. 그 누구도 실패나 좌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자신감은 때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상실한 것들을 인내하면서, 실패하는 나를 포용하는 마음에서부터 생길 수 있습니다.

 

나의 초는 양쪽에서 불타고 있습니다.

밤이 채 가기 전 다 타버리겠지만

, 내 적들과 오, 내 친구들이여,

나의 초는 아름다운 빛을 냅니다!

-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멀레이(미국 시인·극작가)

 

시인은 자신의 삶을 양초에 빗대어 말하고 있습니다. 그 초는 어쩌면 버거운 고통과 현실 때문에, 마치 양쪽으로 타들어가는 초처럼 버티기 힘들거나 곧 꺼져버릴 듯 위태롭게 보입니다. 그런데 이 시인은 주눅 들거나 비관하거나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촛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말합니다. 이 시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빛은 바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삶에 대한 긍지에서 나옵니다. 이처럼 자신감은 어떤 모습이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데서 나옵니다. 고통 받고 있는 나, 세상에서 패배한 나, 뒤돌아오면 회한으로 가득한 나, 그런 내 모습을 너그럽게 포용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타오르기를 포기하지 않는 나에 대한 긍지가 바로 자신감입니다.

 

겁쟁이들이 제일 먼저 포기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 후부터는 다른 모든 것은 쉽게 저버릴 수 있다.

                                                                                                        - 맥카시(미국 소설가비평가)

 

 

자신감은 결과와 무관히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초라한 나의 모습을 대할 때마다 이것이 나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따듯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친 나를 받아주고 품어주는 마음이 자신감입니다. 지금 이 모습이 나의 전부가 아님을 참으로 믿어야 합니다. 그럴 때 아직 내게 남아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됩니다. “끝났다고 울지 않고 이제 시작이라고 웃을 수 있는자신감이 생깁니다. 자신감은 결과에 관계없이 노력하고 투쟁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긍지입니다. 단순히 고통스런 상황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 이상의 마음입니다. 바이런이 쓴 시를 보면 이해가 될지 모릅니다.

 

내 영혼이 고통 속으로 이끌려가는 것을 느끼지만그렇다고 그것의 노예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를 쫓는 수많은 격심한 고통이 있다.그것들은 나를 짓누를 수는 있지만, 나를 업신여기지는 못하리라.

그것들이 나를 고문할 수는 있겠지만, 하지만 나를 굴복시키진 못하리라.

                                                                                                          -바이런(영국 시인)

 

그렇기에 병상에 있던 미국 작가 피츠제럴드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구원은 행복과 기쁨이 아니라 투쟁에서 나오는 보다 깊은 만족감에 있다라고요. 그 깊은 만족감이 나에 대한 긍지이며 사랑이며 자신감입니다. 큰소리만 치는 것이 용기가 아니듯이 말입니다. 하루가 끝나는 순간 실패한 자신을 바라보면서 내일 다시 시작할거야.” 라고 말하는 조용한 목소리가 자신감입니다. 때로 초라하고 비참한 순간에도 내 속에 꺼지지 않고 남아있는 아름다운 힘과 가능성을 찾고 그것을 믿어주는, 나의 존재에 대한 따뜻한 긍정과 사랑입니다. 지금 나는 가시뿐인 아픔이라도 어느 날 꽃으로 피어나리라는 나에 대한 믿음에서부터 자신감이 나오는 것입니다.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 김승희, '장미와 가시'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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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TO 원고: 병원 환자들과 장기요양환자들, 그리고 가족을 위한 잡지에 기고한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