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편지 - 안도현]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
더디게 오는 것……
길고 힘겨운 겨울을 견디며
털어내며
비로소 싹을 티우고 꽃이 피는 일
수없이 좌절해도 인내하고 포기하지 않는 일
그래서
눈물겨운 피어남ㅡ
그런 것이 사랑이라고 시인이 일깨워준다.

사랑만 그럴까?
내 영혼이 성숙해 가는 과정이야말로
더디게 오는 일이 아닌가?
이제쯤 되었다, 가 없는
쉼표가 없는
지난한 일임을 이 나이에 더 실감한다.
나이들어 편히 삶을 정리한다는 게
얼마나 순진무구한 생각일까….

문득 김일로님의 시가 떠오른다.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