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중 2 - 이봉희

 

나는 갑자기 하이얀 침대에 누워

아프고 싶습니다.

맘 놓고 죄스럼 없이

아프고 싶습니다.

하이얀 침대에서 아픈 것은

당당한 일입니다.

 

나는 지금 막, 당장,

하이얀 침대에 쓰러져

실컷 아프고 싶습니다.

하얀 병원 밖 알록달록한 세상에서

하루하루 감쪽같이 앓는 건

참 많이 쓸쓸한 일입니다.

 

끝도 없는 병원 밖

긴 긴 담 길을 걷노라면 가끔

울컥 눈물이 납니다.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경계선에서

감쪽같이 앓지 않는 건

참 많이 사무치게 쓸쓸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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