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을 불러도 ㅡ 전동균>

산밭에
살얼음이 와 반짝입니다

첫눈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고욤나무의 고욤들은 떨어지고

일을 끝낸 뒤
저마다의 겨울을 품고
흩어졌다 모였다 다시 흩어지는 연기들

빈손이어서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군요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왔고
저희는
저희 모습이 비치면 금이 가는 살얼음과도 같으니

이렇게 마른 입술로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당신을 불러도 괜찮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