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지는 날에 - 김승동

  가끔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고
  그래서 더 알 수 없는 눈물이
  푸른 하늘에 글썽일 때가 있다.

  살아간다는 것이
  바람으로 벽을 세우는 만큼이나
  무의미하고
  물결은 늘 내 알량한 의지의 바깥으로만
  흘러간다는 것을 알 때가 있다.

  세상이 너무 커서
  세상 밖에서 살 때가 있다.

  그래도 기차표를 사듯 날마다
  손을 내밀고 거스름돈을 받고
  계산을 하고 살아가지만
  오늘도 저 큰 세상 안에서
  바람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나는 없다.

  누구를 향한 그리움마저도 떠나
  텅 빈 오늘
  짧은 속눈썹에 어리는 물기는
  아마 저 벚나무 아래 쏟아지는
  눈부시게 하얀 꽃잎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2003년 시집 <외로움을 훔치다> (문화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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