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fine as good as wine.- L. Hughes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 없는 찬사이다. - 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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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나니 세상이 다시 보여요. 기어가는 벌레 하나도 너무 소중하고, 그 생명력이 무척이나 부러워요. 살아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 알았어요."
한 후배가 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는 순간순간 자신이 물 없는 어항에 갇힌 물고기인 것만 같았다고 합니다. 그 끔찍한 순간을 겪다가도 여전히 숨을 쉬고 있는 자신을 느낄 때마다 살아 있다는 것이 그렇게 감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벌레는 알까요?
거대한 존재들 틈에서 무심코 밟히기라도 하면 이내 사라지고 말 자신의 운명이 절망스러울 때, 힘겹게 온몸으로 기어 다녀야 하는 그 삶이 부질없게 느껴질 때, 세상의 누군가는 자신을 지켜보며 살아 있음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를 벌레처럼 작고 힘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알까요? 내가 살아서 존재하는 그 자체가 포도주처럼 더없이 멋진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쓸쓸해도 오늘 또 하루 감사하며 살아 있을 것입니다. 장정일 시인의 말대로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 없는 찬사"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이봉희 교수의 문학치유카페: 내 마음을 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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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일까 가지가지 통증이 내 존재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며 산다.  야속하게 끈질긴 방문객 혹은 동반자. 그러려니 하지만 가끔 서럽거나 지칠 때가 있다.  하지만 사실 누구에게든 살아가는 일은 그런거잖아.  

그렇게 감쪽같이 아프며, 아니 감쪽같이 아프지 않으며  참 길고 긴 길을 이 나이까지 걸어왔지 않은가?

그런데 아직 내게 남겨진 축복들, 넘치도록 더.욱. 더. 많.은. 감사한 일들도 내 삶과 존재의 일부가 아닌가?  잠시 또 잊었다.  

오늘도 살아서 숨을 쉬고, 계절을 느끼고, 음악을 듣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고,  생각하고, 식사도 하고, 때로 눈물도 흘리고, 때로 화도 나고,  비명도 지르고, 절망도 하고, 자책도 하고, 후회도 하고, 외로움과 아픔과 통증을 느끼고… 내가 살아있기에 누리는 이 모든 일상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이며 축복인가!!
내 어깨를 토닥여본다.
감사함이 나를 감싼다.

“아프지? 그게 진심만으로 살고 있다는 증거야”(마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