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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화고성에서 - 홍사성]

 

 

집은 땅 위에만 짓는 줄 알았다

 

성은 반드시 돌로 쌓는 것인 줄 알았다

 

40도가 넘어면 사람이 못 사는 줄 알았다

 

지상에는 종교가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았다

 

사랑은 잘생긴 사람들만 하는 줄 알았다

 

못난 인생은 인생도 아닌 줄 알았다

 

무너지면 역사가 아닌 줄 알았다

 

정말 다 그런 줄 알았다.

[겨울 가로수  - 민]


잎새 떨군 내 알몸 옆에
네거리의 신호등
꽃집 유리창 너머 마른 장미다발
커피 전문점 따뜻한 불빛도 여전한데
정직했던 그대 표정과 옆모습은
어쩐지 서먹하고 낯설어 갑니다.

내 모든 것이 그대에게 속해 있듯
그대 많은 부분 내게 속해 있으리라
믿고 있지만
그대 고개 젓는다면 그뿐

가까이 가기 위해
이제 더 벗을 것도 없지만

아직 굳건한 얼음 흙덩이 밑으로
가늘고 여린 뿌리들이
그대 찾아 소리없이 뻗어가고 있음입니다.


[입이 귀까지 찢어진 채 -최승호]

입이 귀까지 찢어진 채 으하하하 크게 웃으니까
입이 귀까지 찢어진 채 으하하하 크게 웃으니까
당신은 길게 찢어진 입 너머 허공의 빛깔을 보아 두세요
입이 귀까지 찢어진 채 으하하하 크게 웃으니까
입이 귀까지 찢어진 채 으하하하 크게 웃으니까
당신은 길게 찢어진 입 너머 허공의 침묵을 들어 두세요

 

나도 새가 되고 싶다

내가 날려보낸 새가 되고 싶다

                               (bhlee "입술" 중에서)  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