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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la promenade de soir a St Remy




나는 묻는다
미치지 않고서는
좀 더 타오를 수 없었을까.
미치지 않고서는
타오르는 해바라기 속의 소용돌이치는
심령을
결코 만날 수 없었던 것일까

살아있는 동안
나는 온몸으로
소용돌이치는 글씨를 써야 한다.
<나는 타오른다>고ㅡ

그리고 색채에 취하여
영원히 언덕과 보리밭을 달려가야만 한다.
클라이막스에 도달하기 위하여
영원히 영원히
찬란한 간질성의 질주로ㅡ


[김승희 "나는 타오른다" 중에서]

 

연두- 도종환 

 

초록은 연두가 얼마나 예쁠까?

모든 새끼들이 예쁜 크기와 보드라운 솜털과

동그란 머리와 반짝이는 눈

쉼 없이 재잘대는 부리를 지니고 있듯

갓 태어난 연두들도 그런 것을 지니고 있다

연두는 초록의 어린 새끼

어린 새끼들이 부리를 하늘로 향한 채

일제히 재잘거리는 소란스러움으로 출렁이는 숲을

초록은 눈 떼지 못하고 내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