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8'에 해당되는 글 2건

이름 부르기 - 마종기

 

우리는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검은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
막막한 소리로 거듭 울어대면
어느 틈에 비슷한 새 한 마리 날아와
시치미 떼고 옆가지에 앉았다.
가까이서 날개로 바람도 만들었다.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 새가 언제부턴가 오지 않는다.
아무리 이름 불러도 보이지 않는다.

한적하고 가문 밤에는 잠꼬대가 되어
같은 가지에서 자기 새를 찾는 새.

방 안  가득 무거운 편견이 가라앉고
멀리 이끼 낀 기적소리가 낯설게
밤과 밤 사이를 뚫다가 사라진다.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는 게 보인다.
부서진 마음도 보도에 굴러다닌다.

이름까지 감추고 모두 혼자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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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제 이름 석자 무엇이 부끄러워, 아니 두려워 어둠에 감추고 익명의 존재들이 되었을까. 

그래서 같은 가지에서 서로를 불러도 더 이상 대답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걸까.  함께 있어도

각자 혼자가 되어버린 우리는 이제 어떤 이름으로 서로를 불러야 할까?  020214

 

판도라 | 2007.05.09 03: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예전엔 내가 생각하는 것을 상대방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것 같지 않다. 바람뿐이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나 혼자 지저귀기 싫어서 속으로는 한없이 내뱉고싶지만 도망갈까봐 내가 먼저 돌아서 버린다.
마음은 서로 부르길 바란다....
** | 2007.05.10 11:20 | PERMALINK | EDIT/DEL
도망갈까봐 내가 먼저 돌아서 버린다는 말이 맘을 아프게 해요. 저도 많이 그랬었는데. 그런데 고백해야 한대요. 상대도 도망갈까봐 먼저 돌아서 버린거면 어쩌냐구. 세상엔 슬픈 인연이 더 많은 거 같아요. 일방통행로에서 각기 서로의 등만 말없이 쳐다보며 걷고 또 걷는 외로운 사람들..
| 2007.07.06 13: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 나무 가지에도 수없이 새들이 앉았다간 날아갔다.
지친 날개를 쉬러. 맘껏 울고가려고. 열매를 찾아서. 새들은 그 나무에 앉았다.
나무는 자신이 새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듯 행복했다.
그러나 새들은 그곳에 머무는 법이 없었다.
새들은 날개를 쉬면, 실컷 설움의 무게를 비우고 가벼워지면 다시 다른 새들을 쫓아 날아가버리곤 하였다.
어느날인가 부터 나무도 더이상 열매를 낼 수도 없었고, 잎이 무성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새들은 나무를 필요로 하지만 사랑한 것은 아니라고.
나무는 그의 일생이 갑자기 서러워졌다.
쓰러져 앓지도 못할 운명으로 꼿꼿히 서서 죽어가야하는 자신의 운명이 서러워 밤이면 소리없이 울었다.
지나는 바람이 그 소리를 싣고 먼 곳에 가져다 흩어버렸다.
아무도 나무가 울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을 테니까.
나무는 늘 그들이 사랑하진 않아도 존경해야할 존재로 거기 있어주어야 하니까.
익명 | 2007.07.06 13:25 | PERMALINK | EDIT/DEL
비밀댓글입니다
RE | 2009.07.13 01:09 | PERMALINK | EDIT/DEL | REPLY
ch
그러게요..
어떤 때는 남이 부를까 숨기도 하는데
어떤 때는 안불러 주니 서운하고
어떤이는 부를 줄 몰라 가만 있는데
어떤이는 불러도 대답없고..

사진을 보니
어쩌면 우리는
어둠속에서 더 편안한 사람들인지도 모르겠어요.
혼자가 운명인 사람들처럼..

toronto 2009-07-12 06:28:35
저희집 현관인줄 알았어요....
파티갔다 언제들어올지 모르는 자식놈들 기다리느라 늦은밤까지 불을 켜놓는 에미맘........
술먹고 운전하고오는건 아닌지........저러고 내일 알바는 어찌 가련느지.......
(주제와는 관계없이 사진에 집중하다보니...주절거리게 됬네요)

[답글] 토닥토닥... 해드리고 싶네요.
그 맘 알아요. 인생에서 서로서로 --아이도 엄마도-- 가장 힘겨운 시기지요. 사춘기.
곧 지나갈 거에요. 미친듯한 폭우가 지나가듯, 태풍이 지나가듯....

제 몸에 그물처럼 걸린 허물을 벗느라 몸부림치며 제 갈 길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이론으로 다 알아도 현실에선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힘내세요. 지나고 나면 꿈처럼 흘러갔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영원할 것처럼 힘겨웠는데.

그리고는 부쩍 자란 대견스런 아이를 만나게 될거에요.

근데...
이제는 또 결혼시키기 전까진 맘이 편할날이 없네요. 저렇게 공부와 일만하니 사람을 만날 수가 없네요.ㅠㅠ


TBT 2009-07-12 23:20:46 [답글] 저도 토닥토닥 ... 해 드릴게요.
선배님들이 있어 제 딸 키우는데 도움이 많이 되네요.
그렇찮아도 요즘, "너 사춘기니? 나 사추기거든?!!" 그러고 있던 중이었는데...
toronto... 초복이 다가와요, 맛있는 거 먹고 힘내세요! ~.~

[답글] 부모가 된다는 것, 부모로 산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가장 고통스런 일이지요.
부모 노릇을 하기 전 부모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자녀는 부모에게 평생의 학교에요.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부터 어른이 되도록[어른을 보살피고 위로하도록...] 강요받는 거 같아요. 슬프게도 슬프게도....
어린시절을 상실한 어른들은 아이의 어린시절을 박탈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요. 모두가 피해자였고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가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니까요.
TBT님도 포근히...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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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lee


  비오는 날에는, 알겠지만
  대부분의 새들은 그냥 비를 맞는다.
  하루종일 비오면 하루종일 맞고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에는
  대부분의 새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새들은 눈을 감는다.
  말을 하지 않는 당신의 눈의 그늘,
  그 사이로 내리는 어둡고 섭섭한 비,
  나도 당신처럼 젖은 적이 있었다.
  다시 돌아서고 돌아서고 했지만
  표정죽인 돌의 장님이 된 적이 있었다.
  [새- 마종기]

정윤 | 2006.10.30 19:4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작가가 나에게 이야기 하는듯...저는 이제 눈을 뜨려고 해요
nobody | 2006.11.14 01: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말을 하지 않는 당신의 눈의 그늘, 그 사이로 내리는 섭섭한 비... 오늘 하루종일 나도 그 비에 젖어 떨었습니다. 나도 표정죽인 돌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차라리..
WB | 2008.07.11 00:4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는 그저 쓰레기통일 뿐이라네
남들이 가슴의 찌꺼기를 갖다 버리는 쓰레기통
그대들이요. 내가 그대들 앞에서 목놓아 울어본 적이 있는가-
언제까지나 나는 괜찮은 거라 착각하고 있는 그대들이여,
난 그대들이 준 찌거기로 내 눈물을 덮어 버렸다네
날 알아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으니
날 아는 양 싸구려 우정을 베풀지나 않았으면 좋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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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혀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 이성이 아닌 가슴이라면
당신은 게임에서 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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