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에 해당되는 글 3건

간신히 낙엽 - 복효근

  벌레에게 반쯤은 갉히고
  나머지 반쯤도 바스러져

  간신히 나뭇잎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는,
  죄 버려서 미래에 속한 것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는

  먼 길 돌아온 그래서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 듯
  언제든 확 타오를 자세로

  마른 나뭇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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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 - 공광규

  어느 해 나는 아름다운 책 한 권을 읽었다
  도서관이 아니라 거리에서
  책상이 아니라 식당에서 등산로에서 영화관에서 노래방에서 찻집에서
  잡지 같은 사람
  소설 같은 사람
  시집 같은 사람
  한 장 한 장 맛있게 넘겼다
  아름다운 표지와 내용을 가진 책이었다
  체온이 묻어나는 책장을
  눈으로 읽고
  혀로 넘기고
  두 발로 밑줄을 그었다
  책은 서점이나 도서관에만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최고의 독서는 경전이나 명작이 아닐 것이다

  사람, 참 아름다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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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나태주>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난다”
는  말이 맘에 툭 떨어진다. 

 

물론 시인은 '시'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나는 우리 모두 각자  하나의 언어이고 은유이고 "시"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래서인가 유독 


길거리를 걸을 때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우리는 누구에게, 무엇에 집중할까… 

버려져도 빛나는 보석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걸 볼 수 있는 눈, 
그건 무얼까 생각하는 아침이다. 

“All that glistens is not gold.”(빛나는 모든 것이 금은 아니다)-Shakespeare  
‘금’이 아닌 빛나는 것들에 피로감이 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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