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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소리-  정 호 승

나의 혀에는 칼이 들어 있지 않다
나의 혀에는 풀잎이 들어 있다
내가 보고 싶은 친구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바람에 스치는 풀잎소리가
풀잎 하고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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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폭력은 물리적 폭력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도 못하는 어린 시절 들었던 많은 폭력적 언어, 특히 한 존재에게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언어때문에
일생동안 원인 모르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육체적으로 난 상처는 그 흉터가 남아 있어도 흉터를 보면서 예전의 아픔이 다시 우리를 사로잡아오지 못합니다.
하지만 언어의 상처가 낸 흉터는 보이지도 않으면서 불사조처럼 살아남아 예기치 않은 순간에 어디선가 되살아나 우리를  사로잡습니다.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이 칼은 아닌지요.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을 내가 남에게 듣는다면 내 마음은 어떨지요.

내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에게 대접하라는 말이 언어생활에서만큼 절실히 요구되는 곳도 없는 듯 합니다.